▲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 나순자(59·사진)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4월10일 총선에 도전하면서 받아 든 번호다. 비례대표 1번은 중요하다. 지역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밝히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지율이 낮은 진보정당들의 경우, 반드시 의원으로 보내야 하는 사람을 윗 순번에 올린다. 나 전 위원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나순자 후보를 만나 총선 출마 이유와 각오를 들었다. 나 후보는 교섭과 투쟁 병행을 실천해 온 대표적 노동계 인사다. 2021년 9월2일 전면 파업을 예고한 뒤 보건복지부와 밤샘 협의를 통해 노정합의를 맺었다. 코로나19 시절 부각됐던 보건의료 노동자 인력 확충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7월에는 19년 만에 전면 파업을 했다. 노정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입당한 뒤 녹색정의당 노동부대표를 맡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중집과 노동계 원로 조언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회’에 도전”

- 민주노총 위원장에 도전하려다 불출마하고 총선에 나섰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협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민주노총 선거에 나서려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만 막판 실무적인 조절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1992년부터 시작한 32년간의 노동운동을 마무리하려 했다. 열심히 한 위원장으로 남고 싶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려 했다. 수차례 녹색정의당에서 출마권유가 있었지만 고사했다.

다만 설날 직후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조직적으로 출마요청이 있자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노동계 원로 선배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만들고,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녹색정의당으로 가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이대로 가면 노동자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서는 이야기도 꺼낼 수 없을 정도가 될 수 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해 보라’ 해서 최종 결심했다.”

- 정당법에 따르면 3%를 넘어야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다. 최근 녹색정의당 지지율은 1%대다.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현장과 결합하지 못해 내부에서부터 지지를 못 받은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장과 멀어지니 노동자들의 마음이 많이 떠났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실제로도 느껴졌다. 3%가 넘을진 모르겠지만 되는 데까지 현장과 결합해 다니려 한다.

사실 국민들은 노조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른다. 언론에는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된다. 사람들은 이를 보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다.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두 달 정도를 쉬었을 때 많이 느꼈다. 그러니 현장은 얼마나 외롭겠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어제(15일)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한 사람이 그랬다. 최저임금을 받아 엄마와 아이를 돌보며 자기 손에는 최종적으로 10만원이 남는다고, 인간답게 살아 보고 싶다고. 그들의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들도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비례대표 1번이다. 노동자 후보, 노동자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끊임없이 노동 이슈를 제기하는 현장성 있는 전문가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의원이 돼 현장에서 외쳐 왔던 문제를 국회에서 제기하고 해결한다면, 현장 노조 조합원들이 당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그들이 가입도 하고 당 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되지 않겠나. 1번이라는 건, 녹색정의당이 노동의 길로 걸어갈 때 맨 앞에 서야 한다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한다.”

“노동혐오 정책 바꿔야”
“정부 대화체에 노조 참여 복원”

-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국민건강권 실현을 위한 의료공공성 강화 운동 경력이 강조되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원인 중 하나로 대통령 지지율을 본다. 의사를 때리자 대통령 지지율이 치솟으니 강대강 대치를 이어 간다. 다만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이다. 시민들의 결정이 필요하다.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하자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정부도, 의사도, 시민단체도 각자의 안을 내놓고 국민참여단을 설득하자. 3일 정도 집중 토론 기간을 두고 선택하게 하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방법이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한달 만에 꺾였다. 시민들도 현 상황에 피로함을 느끼고,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환된 것 같다. 지금 시작하자.”

- 정부가 노동·교육·연금을 3대 개혁 분야로 지목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분야들과 달리 노동 분야에서는 강하고 확실하게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노동혐오적이다. 해결 과제로 불평등·양극화 해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제시하고는 조직노동 책임론을 이야기한다. 악의적이다. 기업별 노사관계로 유도해 다른 사업장에 관심을 갖기 어렵게, 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놓고 조직노동을 때리는 것이니까.

산별교섭 제도화, 단체협약 효력 확장, 원·하청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해야 한다. 이번에도 양대 노총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총선을 맞이해 내놓은 양대 노총의 요구안이 다르지 않다. 답은 나와 있다.”

- 정부가 노동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노동계, 노동자 후보의 생각과 행동에 시선이 쏠린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노동정책은 노조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현 정부는 노정교섭은 물론, 모든 정부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한다. 양대 노총과 관련 산별노조들의 정부위원회 참여를 보장하고, 공공부문 노정교섭도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 비정규 노동단체와 정례적인 간담회를 통해 산업별·지역별·고용형태별 과제를 모으고, 국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계와는 동반자적 관계로,
녹색정의당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

- 녹색정의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오고 있다.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녹색정의당과 민주노총은 같은 목적을 가진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 누가 우위에 있는 그런 관계는 파탄 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자 교훈이다. 무엇보다 현재 노동의 위기, 진보정치의 위기 속에서 노동운동 혁신과 진보정당 혁신운동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녹색정의당과 민주노총이 진보운동 발전을 위한 선순환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 총선에 임하는 각오는
“처음엔 앞장서라고 했으니 해야지, 조직이 결정했으니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현장을 다녀보면, 어려운 노동자분들이 진보정당에 거는 열기와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들은)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결심하면 반드시 승리해 왔다. 노조가 결심해 나를 올렸다. 녹색정의당원, 민주노총 소속 산별 조합원, 보건의료·돌봄 노동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당선돼서) 녹색정의당이 반드시 다시 일어서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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