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급순위 8위인 롯데건설은 2022년부터 시작된 유동성 우려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태영건설 채권단 회의 모습. <산업은행>

태영건설에 이어 광주전남지역 건설사 위기설이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우려와 함께 산업위기에 정부의 처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 지역건설사 해광건설이 부도를 낸 데 이어 최근 한국건설이 중도금 이자를 금융권에 납부하지 못해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한국건설은 도급순위 99위로 광주 건설현장 20곳을 시공 중이다.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가 흘러나온 한국건설은 이달 초 예정된 아파트 중도금 이자를 새마을금고 등에 납부하지 못했다. 중도금은 선분양 아파트 계약 과정에서 입주 예정자가 내야 할 금액이다. 목돈이라 시공사를 끼고 금융권 대출을 받는 게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건설사는 무이자를 약속하고 이자를 대납한다. 한국건설은 중도금 이자뿐 아니라 일부 건설현장에서도 연체금이 쌓여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2022년 롯데케미칼로부터 5천800억원 빌려

태영건설 직후 롯데건설도 유동성 위기설이 돌았다. 롯데건설은 2022년 말부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중이 212.7%로, 태영건설(373.6%) 다음으로 높고,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채무가 보유한 현금보다 많은 점 등이 위기설의 진원지다. 롯데건설의 1분기에만 미착공 PF 3조2천억원 만기가 예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유한 현금은 2조3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가 지적되면서 이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천800억원을 수혈 받았고, 롯데케미칼은 최근 이 채무의 만기를 유예했다. 산소호흡기를 유지한 셈이다.

태영건설 같은 대형 건설업체 외에 중소형 건설사들은 이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1월 건설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581건으로, 2022년 대비 219건이 늘었다.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치다. 롯데건설의 도급순위는 8위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 파급력은 태영건설(도급순위 16위)을 능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책은 부동산 매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거래제도 손질과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같은 수준이다. 신규수주가 말라붙은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열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재건축 사업은 소유주인 조합원들이 사실상 재정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사업장 선별해 사업 재구조화해야”

정부가 10일 발표한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보면 정부기관의 PF보증 확대와 대환 대출 한도 확대, 건설사에 대한 특별융자 등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옥석가리기가 필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 추진 가능 사업장에 대한 선별작업이 이뤄지고, 부실 규모 축소를 위해 정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감사원 합동 사업계획 변경 같은 사업 재구조화와 미분양 매입 등을 패키지로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 대책도 필요하다. 태영건설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하는 공공공사 현장에서도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태영건설 관련 임금체불 사례를 조사 중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현장 고용이 더욱 위축될 우려도 크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조합원 고용도 급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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