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매일노동뉴스

100% 비정규직 공장인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동희오토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사용자쪽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민사부는 11일 오후 판결에서 “근로자파견에 부합하는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종합해보면 근로자파견 관계를 형성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노동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내하청 100% 사업장은 합법이라고 본 셈이다.

도급·사내협력 생산 ‘최초’

동희오토는 태생부터 불법파견 논란을 안고 출범했다. 이곳은 2001년 기아차가 부품업체인 동희산업과 자본금 273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생산전문 위탁공장이다. 경차 생산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 최초로 100%인 하청업체 도급방식을 도입해 사내협력업체 17곳 1천207명을 고용했다. 기아자동차에게 도급을 받은 동희오토가 그 아래에 사내협력업체를 둬 비정규직만 생산직으로 뽑는 방식이다. 이후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유사한 100% 비정규직 공장이 확산했다.

동희오토 노동자 17명은 2020년 9월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동희오토 사업에 편입돼 동희오토의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쪽이 작업지시서와 공정설명서 등을 통해 수시로 구체적인 작업을 지시했고, 생산이사가 공장을 오가면서 원고들의 업무를 지시하거나 작업을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장의 가동률이나 생산속도 등을 모두 동희오토 원청이 결정해 이를 따라야 했고, 사내협력사들이 독립적인 기술력이나 전문성 없이 원청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업무가 변경되고 사무실 등 기업구조를 갖추지도 못해 단순한 인력도급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사용자쪽은 비정규직 100%로, 정규직의 업무 등에 편입돼 일하는 게 아니고 지휘·감독도 없다며 맞섰다.

소송은 4년을 끌었다. 선고도 2022년 2월, 2023년 2월, 2023년 10월로 3차례나 연기됐다.

“다른 불법파견 소송과 같은 증거인데, 정치적 판결”

재판부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혼재해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강빈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다른 불법파견 소송과 비교해 제출한 증거나 법적 논리는 차이가 없었다”며 “정규직이 없어 관리자가 없다는 것이 사용자쪽 주장으로, 원청의 지휘·감독이나 사업에 편입된 작업집단을 이루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인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동희오토분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2015년 대법원이 제시한 불법파견 기준에 부합하는 증거를 다수 제출했지만 법원은 사내업체 계약의 형식적 부분만 보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한다”며 “100% 비정규직 공장이 동희오토를 시작으로 산업계에서 확대됐는데 이런 형태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데 재판부가 부담을 느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항소할 계획이다.

한편 당초 모닝 같은 경차만 생산하겠다던 동희오토가 최근 다른 차종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기아 노동자들은 법인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니로플러스에 이어 소형 SUV인 스토닉도 동희오토에서 위탁생산하면서 당초 설립 취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해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법인 통합을 요구했고, 지난해 6월에는 지부 내에 동희오토분회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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