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자동차산업과 노동분야 연구활동가

전미자동차노조(UAW·위원장 숀 페인)는 역사상 처음으로 패턴 교섭 전통에서 벗어나 빅3를 상대로 동시에 교섭과 파업을 벌였다. <매일노동뉴스 2023년 12월14일자 “[미국을 뒤흔든 UAW 파업, 어떻게 승리했을까 ①] 부패한 패권주의에서 민주노조로 부활한 UAW” 기사에서 이어짐>

각 회사와 교섭 진행에 따라 차별적으로 파업을 확대했다. 수익성 높은 사업장 위주로 선별 파업을 했다. 또 조립공장만이 아니라 부품 유통센터도 파업했다. 조립공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부품 유통센터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부품 유통센터가 전국에 산재해 시민과 접촉면을 넓히기에도 유리했다. UAW의 파업 전략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사용자들은 예전과 달리 UAW가 어디에서 먼저 파업할지 몰라 파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노조는 이런 파업 전술로 세 라이벌이 양보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파업하지 않는 사업장 조합원들은 계속 근무하되, 회사에 호의를 베푸는 대신 ‘규칙대로 일하기’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집회를 조직하고, 피켓 시위를 지원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등 노조의 투쟁에 동참했다.

“이 싸움은 노동자 계급과 부유층, 가진 자 대 못 가진 자, 억만장자 계급과 다른 모든 사람의 싸움이다.” UAW는 이번 파업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적 지지를 키웠다. 9월23일 숀 페인 위원장은 “우리의 친구와 가족부터 미국 대통령까지” 모두가 피켓 시위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9월26일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 피켓 시위를 벌였다.

UAW는 노조의 자원 소모는 최소화하고 사용자 손해는 최대화하면서 조합원 단결을 유지하고 여론의 우위를 점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쟁의 전술을 운용했다. 철저한 보안과 높은 수준의 조직력, 치밀한 준비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대중의 불만과 기대, 새 지도부가 보여준 투명성과 민주주의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졌다. 일당 독재가 끝나지 않았다면, 지도부 교체 없었다면 이 모든 게 불가능했다.

큰 성과와 새로운 도전
GM 잠정합의안 찬성률 55%에 그친 까닭

UAW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지난 20여년(2001~2022) 동안 얻은 것보다 더 큰 성과를 쟁취했다. 즉시 11%, 4년 반 동안 25%의 임금인상과 생활비 조정 복원(Cost Of Living Adjustment·COLA) 최고 임금 도달 기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 차축 및 부품 공장, 부품 유통센터 등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조립공장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 지급, 90일 이상 근무한 임시직 노동자는 즉시 정규직 전환, 향후 채용되는 임시직은 9개월 후에 정규직 전환 등.

UAW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GM과 스텔란티스는 합작 배터리공장에 기본협약을 적용하되, 신규 입사자에게는 조립공장 노동자 최고 임금의 75%를 지급하기로 했다. 포드는 건설 중인 테네시 전기자동차센터와 마샬 배터리공장에서 노동자 과반수가 노조카드에 서명하면 노조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노조는 공장폐쇄에 맞서 회사 전체에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해 고용불안에 대응할 수단을 얻었다.

가장 성과가 적었던 것은 2007년 이후 채용자에게 연금과 퇴직자 의료보험을 보장 문제다. 빅3는 막대한 장기부채를 이유로 거부했지만, 회사들은 현재 급여의 6.4%에서 대폭 인상된 10%를 노동자의 추가 부담 없이 개인 퇴직계좌에 적립하기로 했다.

페인 위원장은 회사나 연방정부가 모든 이에게 연금과 퇴직자 의료보험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다른 노조들도 단협 만료시기를 2028년 5월1일 세계 노동자의 날에 맞춰 UAW와 함께 파업할 것을 요청했다.

UAW는 올해 큰 승리를 거뒀지만,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노조 내부 의견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잠정합의 인준 투표에서 포드와 스텔란티스 조합원들은 3분의 2가 찬성했지만, GM에서는 55%만이 찬성했다. 수년간 성과급에 대한 노동자들의 높은 기대와 불만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교섭 결과는 취약계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하후상박’ 구조다. 세 회사의 장기근속 조립공장 노동자 중 상당수는 임금인상과 퇴직금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으로 사용자의 노조 대응 역량 강화에 대비하는 일이다. 만약 내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다음 교섭은 불리한 정치적 환경에서 진행할 것이다.

새로 등장한 지도부와 개혁세력이 변질되지 않고 무노조 상태인 자동차 회사들을 추가로 조직해 자동차산업에서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을 만들어낸다면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사회운동노조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회사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공정한 돌봄, 평등한 주거권,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 등 사회 의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 <UAW>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회사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공정한 돌봄, 평등한 주거권,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 등 사회 의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

UAW의 부활과 2023 투쟁 승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국 노조운동이 후퇴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선거 당선을 위해 사업장 조합원들의 이기적인 눈앞의 실리 요구에 굴종해 ‘정의의 칼’을 내려놓고 ‘기득권의 갑옷’만 두껍게 하고 있지 않은지?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겠다는 진정성 그리고 치열한 활동은 사라지고, 때 되면 교섭하고 의례적으로 투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는 곧 노동조합이 쇠락하고 노동자 권리가 약화시키는 길임을, 다시 사회운동노조로, 민주노조로 지향을 고쳐 잡을 때 노동조합도 강화되고, 노동자들의 권리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UAW의 사례는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산업전환기, 근본적인 변화가 중층적으로 진행되는 시기일수록 전략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전략과 역량이 중요하다. 역량은 권력자원과 이를 활용하는 능력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노조운동은 자원보다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우리에게도 진심과 실력으로 충만한 새로운 개혁세력과 지도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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