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환경부가 15일까지 행정예고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 전면 개편안이 현대·기아자동차 밀어주기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 간 분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국내 전기차 판매를 저해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조금 책정 기준으로 새로 도입한 배터리환경성계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배터리환경성계수는 폐배터리의 재활용 수준에 따라 매긴 수치다. 배터리 1킬로그램당 유가금속 가격 기준으로 5등급화해 지수를 차등(0.6~1.0) 적용한다. 경차보다 큰 차들에만 적용한다. 이 밖에도 배터리효율계수를 도입해 에너지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원한다.

“환경에 부담 주는 저가 배터리 제동” 해석도

도입효과는 뚜렷하다. 전기차 배터리기술을 양분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가운데 삼원계 배터리에 유리하다. 삼원계 배터리는 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을 조합해 만든다. 니켈 함유가 높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 또 리튬과 인산철로 구성하는 LFP 배터리와 비교할 때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또는 알루미늄 사용 뒤 재활용을 유가금속 회수가 용이하다. 배터리환경성계수와 배터리효율계수 모두 삼원계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우수한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중국산 전기차는 LFP 배터리를 주로 쓴다.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싼 편이지만 이번 개편대로라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든다. 이번 정책이 ‘현기차 지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경차인 레이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재활용이 되지 않는 문제를 누가 책임지겠느냐.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를 쓰기보다 새로운 공법을 마련하고 기술을 개발해서 중장기적인 투자를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환경에 부담이 덜한 삼원계 배터리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뼈대라는 얘기다.

“보급형 전기차 연구 막혀 판매 줄 것”

반면에 이번 정책대로라면 국내 LFP 배터리 연구는 위축되고, 저가형 전기차 보급이 지연돼 결과적으로 전기차 보급 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철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보조금 정책으로 산업과 기술 개발을 유인하는 외국과 달리 이 정책은 산업육성, 기술 개발 같은 목적이 거세된 채 매출방어만 하는 내용”이라며 “이대로라면 우리 기업이 LFP 배터리를 양산해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할 동인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일반 시민이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구매할 동인이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반응도 유사하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LFP 보다 가격이 비싼 삼원계 배터리와, 테슬라가 난색을 표하는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도입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인데 전기차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고, 이 결과 보급형 전기차 개발이 어려워져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연구실장은 이어 “차량정보수집장치 도입 등은 필요하지만 보조금 제도가 저가형 전기차 개발 유인에 기여를 해야 하는데 반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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