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노동연구원과 노사공포럼 주최로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대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중 먼저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문수 노사정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노사정'이 가까이 설 것을 요청했으나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 <정기훈 기자>

사회적 대화 주체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동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다. 김문수 위원장과 이정식 장관이 노사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재계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 반면, 김동명 위원장은 현 정부 노동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 앞으로 이어질 사회적 대화의 험로를 예고했다.

‘노사법치’ 강조한 정부
재계 “노동시장 유연화”

네 사람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노사공포럼·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한 사회적 대화 대토론회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한국형 노동 4.0과 사회적 대화’에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로 6개월여 만에 성사된 자리다.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이원덕 노사공포럼 대표가 김동명 위원장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말부터 노사정의 동상이몽이 드러났다. 이정식 장관의 키워드는 ‘노사법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였다. 이 장관은 “노사관계 지향점은 자치와 상생협력이며 이것은 노사법치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며 “상생임금위원회에서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고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정책 방향을 포함한 권고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위원장 역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주요 의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며 “청년·여성·비정규직·하청근로자·플랫폼 노동자·미조직 취약근로자에 관심을 갖고 함께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근 부회장도 재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책으로 언급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장기 저성장을 경고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노조법·중대재해법 투쟁 계속”

노동계는 달랐다. 김동명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6개월 지나는 동안 오늘같이 의미 있는 날은 처음”이라면서도 “여전히 노동을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의 유예 방침 또한 커다란 갈등 사안”이라며 “두 사안은 노동기본권 핵심이자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 의제를 지목하기보단 세대·젠더·기후·지역·교육·연금·정년·노동의 파편화 등 사회적 문제를 언급했다.

인사말 뒤 단체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불편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차례 사진 촬영 뒤 김문수 위원장 등이 김동명 위원장에게 재차 촬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김동명 위원장은 불만을 표출하며 그대로 행사장을 나갔다. 관계자들이 당황해 쫓아갔으나 김동명 위원장은 “왜 하기 싫은 걸 자꾸 떠미냐”며 끝내 자리를 이탈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저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간만의 노사정 대표자 만남이 불편한 분위기로 끝맺음했다. 경사노위측은 “노사정 4자 대표들만 한 차례 더 찍자는 이원덕 대표 제안에 김문수 위원장이 동조해 재촬영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정부 태도 변화 없으면
노정갈등 극단적 표출할 것”

토론에서 노사 인식은 뚜렷하게 갈렸다. 노동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이 재벌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에 있다고 봤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재벌 대기업의 독점적 수익구조를 협력·하청·중소기업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대-중소기업의 생산성, 이윤율, 지불능력 격차가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노동시장 양극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본부장은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되려면 그동안 노조 배제와 노조 길들이기 정책의 전면에 섰던 정부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노사관계는 노정 대립과 갈등이 언제든 또다시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유 본부장은 “특히 논의할 의제와 설정 단계부터가 중요하다”며 “과거 실패 경험에 비춰 볼 때 노사 어느 한편을 정부 정책의 들러리로 세우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노사정 삼자로 구성된 국제노동기구(ILO)의 100주년 보고서 ‘더 나은 일의 미래’ 10가지 의제를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계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으로 노조를 지목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연공급 임금체계와 경직적인 고용규제는 노동시장의 비효율성과 양극화를 촉발한다”며 “대기업·정규직 노조 위주의 노동운동은 연공급형 임금체계 개선을 가로막고 임금·근로조건뿐 아니라 고용안정의 양극화 및 저효율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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