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주체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동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단체사진 촬영 중  김문수 위원장이 특정 포즈를 요청하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네 사람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노사공포럼·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한 사회적 대화 대토론회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한국형 노동 4.0과 사회적 대화’에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로 6개월여 만에 성사된 자리다.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이원덕 노사공포럼 대표가 김동명 위원장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법치’ 강조, 변하지 않은 정부
재계 ‘노동시장 유연화’ 강조

인사말에서부터 노사정 대표자들의 사회적 대화에서 바라는 바는 각기 달랐다. 이정식 장관은 노사법치를 강조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의제로 꺼냈다. 이 장관은 “(정부는) 노동현장에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고착화된 이중구조 해소와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근로손실일수가 63% 감소하고 사상 첫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기획감독,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 체결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지향점은 자치와 상생협력이며 이것은 노사법치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며 “상생임금위원회에서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고심한 이중구조 해소 정책 방향을 포함한 권고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위원장 역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주요 의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며 “청년·여성·비정규직·하청근로자·플랫폼노동자·미조직 취약근로자에 관심을 갖고 함께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도 재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책으로 언급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가 우리나라 장기 저성장을 경고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노조법·중대재해법 투쟁 계속할 수밖에”
김문수 위원장 재촬영 요청, 김동명 위원장 거절하고 이탈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법치주의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동명 위원장은 “윤 정부 출범 1년6개월 지나는 동안 오늘같이 의미 있는 날은 처음”이라면서도 “여전히 노동을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의 유예 방침 또한 커다란 갈등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두 사안은 노동기본권 핵심이자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의제를 언급하기보단 세대·젠더·기후·지역·교육·연금·정년·노동의 파편화 등 사회적 문제를 짚었다.

인사말부터 노사정의 동상이몽이 느껴졌는데 단체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한 차례 사진 촬영 뒤 김문수 위원장 등이 김동명 위원장에게 다시 찍자고 계속 요청했고, 김동명 위원장은 불만을 표출하며 그대로 행사장을 나갔다. 관계자들이 당황하며 쫓아갔으나 김동명 위원장은 “왜 하기 싫은 걸 자꾸 떠미냐”며 끝내 자리를 이탈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저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으나, 노사정 대표자가 오랜만에 모인 자리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경사노위측은 “이원덕 대표가 노사정 4자끼리  한 번 더찍자고 제안해 김문수 위원장이 동조하며 김동명 위원장에게 그렇게 하자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동명 위원장은 일부러 그림을 만드는 걸 아주 싫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