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평동 DL이앤씨 본사 건물 앞 고 강보경씨의 분향소에서 고 김용균 5주기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 여부가 내달 초 대법원에서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김용균 노동자 사망 5주기와 겹친다.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10일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원청인 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이 뒤바뀔지 주목된다.

하급심 “원·하청 직접적 고용관계 부정”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다음달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올해 2월22일 사건이 상고심에 올라온 지 약 9개월 만이다.

김용균 사건은 ‘원청 책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 만큼 대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김 전 대표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올해 2월9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는 원·하청 책임자 형량이 대폭 감경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서부발전 법인도 1심의 벌금 1천만원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법원이 원청 책임을 묻지 않은 배경에는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부정된 점이 작용했다. 1심은 서부발전의 구체적·개별적 지시·감독을 인정하면서도 김용균씨가 소속된 하청 한국발전기술 소속 운전원들 사이의 고용관계를 부인했다.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시설을 이용해 작업했고, 인력운영도 원청 소관이라 서부발전의 안전조치 주의의무가 있다”면서도 “한국발전기술 근로자들이 서부발전에 종속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서부발전의 구체적 지시·감독은 ‘용역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반적인 지시권’에서 비롯된 것에 그친다는 게 하급심을 관통하는 해석이다. 2심 재판부는 “근로의 실질에 있어 종속·고용관계는 그 의미를 달리해 반드시 동일하게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김 전 대표가 과거 하청에서 일어난 유사한 사고를 보고받았지만, 이는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사건이 피고인들 중 누구 한 명의 결정적인 과오에 의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들 개개인의 과실 정도가 중하지는 않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원청 대표가 (과거 사고와) 작업방식이 현저히 다른 컨베이어벨트까지 관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원청의 책임 소재를 사실상 부인하면서 김 전 대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5가지 중 2가지(물림점 방호조치의무·2인1조 근무조치의무 위반)만 인정됐다. 검찰은 2심 선고 다음날 즉시 상고했다. 김 전 대표측도 2월15일 상고장을 냈다.

검찰 ‘무죄’ 전부 상고 “관행적 해석, 법리 오해”

검찰은 김 전 대표의 무죄 부분 ‘전부’에 대해 상고했다. 그러면서 2심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빠졌다. 검찰은 “김 전 대표는 서부발전의 안전최고책임자로서 업무보고와 현장방문 등을 통해 협착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이 증거에 의해 확인됨에도 원심이 채증법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해 본사 대표이사 또는 공장장 등은 산업재해 사고 예방·방지에 관한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만을 부담한다는 ‘관행적인 해석’으로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동료 증언과 원·하청 사이에 오간 공문 등 근거가 있는데도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법조계도 원청 책임을 모조리 지웠다고 비판한다.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사업주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그대로 방치한 경우에는 고의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며 “2심이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운전원들의 작업방식 내용이나 위험성을 알면서 고의로 방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원청 의무를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라고 판단한 1·2심 판결은 결론적으로 현장 안전에 관한 책임을 하급관리자에게 지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검찰의 상고이유와 같이 원·하청 간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하고, 원청의 작업현장 방치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김용균재단은 선고를 앞두고 탄원서와 편지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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