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내년 역대 최대규모인 16만5천명의 외국인력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1만3천명 이주노동자를 5명 미만 규모의 식당에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방문동포비자(H-2) 소지자에 한정했던 광산업종도 비전문 취업비자(E-9)까지 고용허가 범위를 확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외국인 인권을 지원할 센터는 내년에 모두 폐쇄한 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공무직 60명을 채용해 외국인력 지원업무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주노동 권리 보장은 나몰라라 한 채 내국인이 취업을 회피하는 취약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돌려막기는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비자 도입 규모 내년 37.5% 확대 추진

23일 <매일노동뉴스>가 단독 입수한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2024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안’과 ‘고용허가제 신규 업종 허용 추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력을 올해보다 4만5천명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기준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37만명이다. H-2 비자 25만명, E-9 비자 12만명이다. 정부는 내년에 H-2 비자 규모를 유지하되, E-9 비자 허용 규모를 16만5천명으로 늘리려 한다. E-9 비자에서 37.5%(4만5천명)나 규모를 확대한다.

정부는 E-9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제조업(9만5천명), 조선업(5천명), 농축산업(1만6천명), 어업(1만명), 건설업(6천명), 서비스업(1만3천명)에 배분한다. 업종 구분 없이 배분가능한 탄력배정은 2만명으로 확대했다.

고용허가제 신규 업종을 허용하는 방식을 통해 늘린 이주노동자를 음식점업, 호텔·콘도업, 임업, 광업에 새로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현재 음식점업에서는 H-2 비자를 가진 중국동포만 일할 수 있다. 정부는 E-9 비자의 취업을 허용해 세종시·제주특별자치도 등에 소속된 전국 100개 기초지자체 한식당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할 계획이다. 5명 이상 식당은 최대 2명, 5명 미만 식당은 1명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용한다. 5명 미만 식당에서 1만3천여명, 5명 이상 식당에서 4천400여명 등 100개 지역 식당 1만5천곳에서 1만7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국인 일자리 잠식은 물론 노동법 사각지대인 5명 미만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를 밀어 넣는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황 개선되고 있다면서
일자리 질 개선 외면, 이주노동자로 대체

H-2 고용을 허용하고 있는 호텔·콘도업에 E-9 비자를 확대하는 점도 논란이다. 서울·강원·제주의 호텔·콘도업체에 청소원과 주방 보조원을 고용을 허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천2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 유입이 전망된다. 정부는 호텔·콘도업에 고용허가제를 확대하는 이유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 숙박 수요가 회복·증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업황이 회복되는 직종의 내국인 고용을 추진하지 않고 외국인력을 도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당장 관광·서비스노련은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국인을 고용하려 하지는 않고 저임금 일자리로 만들어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H-2에 허용하고 광업은 고용이 저조한 점을 이유로 E-9 비자로 대상을 확대한다. 정부는 2021년부터 광업에 H-2 고용을 허용했으나 최근 취업한 중국동포는 3명뿐이다. H-2 소지자도 일하기를 기피하자 대상을 E-9로 확대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다. 고용허가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업에는 H-2, E-9을 새로 허용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규모·허용업종을 확대하면서 외국인력 체류지원 대책을 다듬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간다. 우선 정부는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기준 고충상담과 행정기능을 통합하고 다국어 상담과 행정처리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9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71억800만원을 전액 삭감하는 데 따른 조치다. 노동부는 지방관서별로 외국어능력 보유자 공무직 60명을 채용해 해당 업무를 맡긴다는 구상이다. 이주노동자 대상 교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해 한국어·산업안전 교육 등을 한다. 고용허가제 관련 정부 정책과 현장 실상을 잘 아는 A씨는 “이주노동자 상담원은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고, 외국어도 능통해야 하는데 과연 공무직 채용으로 충당할 수 있겠느냐”며 “산업인력공단이 외국인고용지원 업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기존 사업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회 등으로부터 질타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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