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선거를 맞아 <매일노동뉴스>가 정파 활동가들에게 한국 사회의 현재를 물었다. 그들의 대답을 6차례에 걸쳐 듣는다. <편집자>

[논쟁: 길을 묻다]

① 최저임금은 유효한가
② 비정규직 철폐 또는 차별 시정
③ 기후위기와 노동운동의 탈성장
④ 여성주의는 노동운동과 만났을까
⑤ 사회적 대화,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전국결집·전국회의·평등의길 인터뷰

 

사회적 대화에 대한 민주노총 내의 인식은 판이하다. 사회적 대화 양상은 두 갈래다. 우선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다. 1997년 출범한 옛 노사정위원회의 후신인 경사노위에 대해 1998년 2월 이후 민주노총은 줄곧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정리해고제 도입을 비롯한 이른바 고용악법이 ‘사회적 대화’를 빌미로 통과했다는 반성이다.

또 다른 양상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다. 보건의료노조의 노정교섭이나 금속노조의 자동차산업 노사정포럼, 사무금융노조의 노정협의체 등이 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사민정협의회는 참여하지 않지만 지역에 따라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참여가 혼재돼 있다.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해 정파들은 우선 “현재 조건에선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조건이란 노동탄압적인 윤석열 정권의 정책 기조와, 무엇보다도 극우보수 성향을 보이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존재다. 정부 역시도 민주노총보다 한국노총에 경사노위 참여를 더욱 종용하는 한편 아예 양대 노총을 배제한 사회적 대화 구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조건을 차치하면, 정파들은 사회적 대화의 성격에 대해 다소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에 대한 입장도 갈렸다.

“대화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김성란 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전술”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를 전략으로 삼는 것은 공동의 가치를 갖고 노사정이 협력해 타협한 유럽식 사민주의 체제로의 선회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철저히 계급적 이해를 바탕으로 노동자에게 득이 되는 내용 안에서 조직된 노동자가 정부와 재계와 만나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모든 조직된 노동자가 일부를 양보해 가진 게 별로 없는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면 양보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불평등체제가 나라의 실핏줄까지 퍼진 한국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며 “사회적 대화가 작동하려면 노동의 전술로서 유효해야 하고, 또한 노동자가 교섭에 주동·주체적으로 참여해 얻을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국가의 내셔널센터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그런 주장은 (사회적 대화) 상대가 적어도 보수자유주의 정권일 때 말이 된다. 반동적인 정치권력의 시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지 윤석열 정부처럼 사실상 파시즘을 포함한 극우보수에 개입해 제동을 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노사정 합의주의는 과거 국제노동기구(ILO)가 태동을 전후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한 노동운동의 역할이었다”며 “그와 달리 형성된 사회주의도 있고 역사와 맥락상 당시 해당 사회 노동자의 선택이었던 것인데 지금 우리 한국 사회 노동자의 선택이 대화냐고 하면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켜켜이 쌓이는 대화 필요성, 부분적 접근 고려해야”

이와 달리 진기영 평등의길 집행위원장은 대화가 필요한 영역이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비롯한 기후위기와 산업정책 개입 필요성 확대가 대표적이다. 진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절대 선악으로 파악해선 안 된다”며 “석탄화력발전소 외에도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의 파업이 있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국회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해당 노동자들은 해결 방안을 찾는 논의에서는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의제별·업종별·지역별 대화 고민이 산적하다는 이야기다. 거제도를 비롯한 해당 지역 노동자는 아예 조선업을 떠나 평택 등지의 건설현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런 지역의 산업 공동화 문제에 접근하려면 노사 교섭뿐 아니라 노사정 대화를 외면하기 어렵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후위기 해결도 마찬가지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가운데 여전히 원자력발전을 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이 높다. 진 집행위원장은 “이런 문제는 후세대와 관련할 뿐 아니라 일자리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무한 파업투쟁을 하면서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노정교섭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면 지역별·의제별·산업별로는 범위를 축소해서라도 열어 놓고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반 노동정책 속에서 경사노위 참가는 반대하지만, 지역별·의제별·산업별로는 사회적 대화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별 구조 없이는 공허, 대화 시점도 아냐”

이영주 전국결집 집행위원장은 ‘대화 조건의 성숙’을 강조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그는 노사정 합의주의가 작동한 유럽과 한국의 구조적 차이를 먼저 지적했다. 산별노조의 실질화다. 이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산별이 법제화돼 있고 산별이 노조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시야를 갖고 사회적 대화를 한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산별교섭을 정권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먼저 보장해야 사회적 대화의 물꼬도 다시 틀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과거의 경험도 강조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노사정위에는 굉장히 가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며 “노사정위를 통해 민주노총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정리해고를 비롯한 악법이 통과돼 정서적 거부감이 큰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를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 우선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면 노사정 대화에 나가겠다고 했다”며 “노사정 대화 거부가 아니라 노동자 문제는 노정교섭으로 풀고 사회적 교섭은 노사정 대화를 하자는 당연한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조건이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 전망되므로 투쟁은 불가피하다. 이 집행위원장은 “ILO도 2020년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고는 사회적 교섭 혹은 대화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은 권위적 방식으로 노조를 대하고 있고, 시계를 과거로 돌리고 있으므로 민주노총은 되돌아간 시계를 다시 현재로 되돌리고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해야 할 시기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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