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논쟁: 길을 묻다

① 최저임금은 유효한가
② 비정규직 철폐 또는 차별 시정
③ 기후위기와 노동운동의 탈성장
④ 여성주의는 노동운동과 만났을까
⑤ 사회적 대화,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전국결집·전국회의·평등의길 인터뷰

 

매년 통계청은 전년도의 가계 자산과 부채, 소득, 지출을 파악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많은 통계자료 가운데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원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조사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자료(2022년 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의 경상소득은 1천323만원, 소득 5분위의 경상소득은 1억4천973만원으로 11배가량 차이가 난다. 가히 양극화 공화국 수준이다. 굳이 양극단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소득 2분위는 3천80만원, 3분위는 5천36만원, 4분위는 7천649만원로 5분위와 큰 차이를 드러냈다.

2~4분위 근로소득 비중 절반 이상이나 지속 감소

역설적이게도 1분위의 연간 경상소득은 지속 상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2017년 조사) 1천1만원에서 2021년 1천323만원으로 322만원 올랐다. 그러나 가장 많이 오른 것은 공적이전소득이다. 2016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37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은 314만원에서 345만원으로 31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급된 재난지원금 같은 공적이전소득의 역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016년 공적이전소득은 소득 1분위 전체 경상소득(1천1만원)의 36.9%인 370만원을 차지해 31.3%에 그친 근로소득보다 비중이 컸다. 이런 차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욱 확대했는데, 2021년 기준 경상소득 1천323만원 가운데 근로소득은 26%에 불과했고, 공적이전소득은 45.3%에 달했다. 여기에 사적이전소득(연금 등) 14%를 포함하면 2021년 이전소득 비중은 59.3%로, 근로소득을 압도한다.

2분위부터는 근로소득의 비중이 이전소득보다 높다. 2016년 기준 2분위 경상소득 2천556만원 가운데 근로소득은 1천423만원으로 경상소득의 55.6%다. 이전소득은 공적·사적이전소득을 모두 합해 18.2%다. 그러나 이 차이는 시간이 도과하면서 변하는데, 2021년 기준 근로소득 비중은 50.9%로, 이전소득 비중은 26%로 상승한다. 소득 3분위와 소득 4분위에서도 근로소득비중은 각각 62%에서 60.2%로, 68.1%에서 67.4%로 감소한다. 특히 2017년~2020년 4년간 지속해서 줄어들다 2021년 들어 회복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에 유일하게 역행하는 것은 5분위로 2016년 경상소득 가운데 66.4%를 차지하던 근로소득 비중은 2021년 70.2%로 눈에 띄게 증가한다.

코로나19 영향 배제해도 비중 감소 경향성

요약하면 이렇다. 소득 1분위와 5분위를 제외하면 근로소득의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6~2019년에도 비중 감소가 추세적으로 있었다는 점은 고민을 남긴다. 대폭 인상한 최저임금을 적용했던 2018년 1분위와 2분위의 근소소득은 각각 302만원, 1천468만원이다. 1분위는 되레 줄었고(2017년 328만원), 2분위는 25만원(2017년 1천442만원)이 늘었다. 인상의 폭은 3·4분위가 컸다. 같은 기간 3분위 근로소득은 2천718만원에서 2천775만원으로, 4분위 근로소득은 4천633만원에서 4천711만원으로 올랐다. 큰 의미가 없지만 함께 살펴보면 5분위 근로소득은 이 기간 9천73만원에서 9천648만원으로 올랐다.

이런 숫자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한다. 우리나라의 소득구조는 이대로 좋은가.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 보완 ‘사회 공공성’에 주목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대표적인 소득보장정책 요구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다툰 올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논의를 “모두의 임금교섭”이라고 불렀다. 민주노총은 이후 각 산업별로 임금인상안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금속노조처럼 산업 최저임금을 정하는 교섭을 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전히 기업별 교섭의 체계를 넘진 못하는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모두의 임금교섭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모두가 임금교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이 15% 남짓인 상황에서 절대다수 노동자는 노사 간 임금교섭에 낄 자격조차 갖지 못한다.

민주노총 내 정파들은 최저임금의 당위성에 크게 주목했다. 빈곤 탈출이자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투쟁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배경은 달라도 산별교섭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방법론적인 수단도 유사했다. 다만 이전소득에는 입장을 달리 했다. 최저임금이나 임금인상 교섭 같은 기존의 틀을 벗어날 필요가 없다는 의견부터, 선별적 복지소득에 대한 고민까지 드러났다.

진기영 평등의길 집행위원장은 지난 최저임금 논의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률만 부각됐다고 파악했다. 실제 최저임금법에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할 의무가 정부에 부과돼 있음에도 특수고용직·영세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반성적 평가와 함께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지불능력에 주목했다. 최저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두고 매년 벌어지는 논쟁에서 중소기업과 프랜차이즈업종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지불능력 논의를 들여다본다는 점 자체가 도발적이다. 물론 이른바 ‘자본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별 ‘사회임금제’ 고민

진 집행위원장은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같은 노동조건을 의제로 삼는 사회운동인데 가장 불평등한 의제가 바로 임금”이라며 “1987년 이후 꾸준히 진행한 산별노조운동에도 여전히 기업별 교섭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 결과 기업 지불능력 차이가 노동자의 임금을 양극화하는 구조를 교섭을 통해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노동자 내에서도 지나치게 벌어지는 임금에 대한 대안으로 교섭구조를 파고든 셈이다.

산별교섭을 통해 산업 내의 평균적인 지불능력을 고려하는 교섭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 다른 함의도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임금교섭이 구조상 어려운 직군에서 예컨대 안전운임제 같은 사회적 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모두의 임금교섭”이라는 최저임금의 원리를 직종별로 다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자본과 노동의 1차 분배라면 다음은 2차 분배로서의 사회보장제도다. 국민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개인 부담을 낮추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등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진 집행위원장은 이를 위한 세제개혁을 지적했다. 단순히 윤석열 정부가 강행하는 부자감세에 제동을 거는 것뿐만 아니라 세수 확장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전소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선별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 집행위원장은 “세금에 대한 보편적 혜택에 대한 관점도 중요하고 타당하지만 갈수록 자산과 임금의 불평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업종·직종 내 고용유지를 위한 논의를 보편성으로 접근하면 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대변’ 민주노총 한계 극복의 가치

이영주 전국결집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포괄한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의 실패가 철학의 실패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공동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해외의 임금주도성장론을 한국화한 것인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지원책이 없었던 것이 실패로 귀결된 것”이라며 “노동자나 중소자영업자가 본인의 소득을 인상하기 위한 교섭력을 갖고 있었는지,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거나 배려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임금 운동은 구분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정책적으로 실패했다고 최저임금 운동의 당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공동대표는 “최저임금은 한국 노동운동에서 중요하다”며 “절대다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교섭이 불가능하고, 그들을 위한 거의 유일한 계급투쟁의 공간이 최저임금”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갖는 함의도 크다.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총연맹이라는 비판을 희석할 수 있는 좋은 의제다. 물론 같은 측면에서 여전히 1만원조차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반성의 지점이다.

이 공동대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반성이 필요하다는 대목에서 가장 힘을 쏟아야 할 투쟁이지만 최저임금만으로 가능할지, 또 그 밖의 노동자를 위한 소득과 관련한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때 주목하는 건 사회임금이다. 노동 제공 대가로 받는 임금이 시장임금이라면 사회임금은 보육과 의료, 주거 같은 복지제도를 통한 혜택을 포괄한다. 이 공동대표는 “노동자가 시장임금에 집중하면 더 일하고 더 받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이른바 정규직 조합주의, 대공장 개별교섭 우선주의로 나타난다”며 “노동자 개인은 위험한 일터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임금을 끌어올리는 사회 공공성 투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방향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사회 공공성이기 때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사회복지의 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무용하다”며 “사회 공공성 투쟁의 한 성격은 얼마의 돈을 시민에게 줬느냐가 아니라 자본 중심 체계를 사회 공동체 중심의 체제로 전환하는 인식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를 놔두고 불평등을 타파할 수 있나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김성란 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요구를 조직의 요구로 수용해 전면화한 2015년 이후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구호는 그 전에 요율 중심의 최저임금 투쟁 프레임을 형성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투쟁은 노동운동이 일하는 사람의 기본적 생활 영위를 요구한 점, 최저임금이 시혜적 임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더불어 살기 위해 차별 없이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과 연대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계급투쟁의 전선으로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자본이 임금을 옭아매려는 지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계급전선을 공동으로 형성할 수 있는 구호로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투쟁이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 구호의 시의성은 거의 끝났다고 보고, 또 다른 질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1만원 같은 수치로서의 전선 혹은 800만 혹은 1천만 비정규직을 위한 새로운 최저임금 설계 같은 급진적 요구 등을 기반으로 초점을 만들어 새 동력과 긍정적 여론을 재조직하는 게 목표다.

2024년 생활임금이 이미 1만2천원 이상이라는 점 등 변화된 조건에 부합하는 주동적인 최저임금 설계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방향에서 상당히 급진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런 지점에서 기본소득 같은 이전소득에 관련한 논의는 의미를 축소했다. 10년 넘게 진행된 기본소득 논쟁,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같은 선순환 경제도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구조를 돌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세계적인 자본측적의 위기와 함께 실질임금 등 노동자의 소득이 동반하락하는 상황은 노동계급의 모든 투쟁은 더욱 근본구조에 천착하고 체제변화를 지향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임금투쟁전선도 정치전선화될 것으로 본다. 최저임금 투쟁 역시 마찬가지다”고 짚었다.

그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계급적 연대를 강조했다. 임금 불평등 체제 심화는 저임금-고임금, 비정규-정규 모두의 공적인 신자유주의 지배의 산물이므로, 이 구조를 타파할 계급적 연대가 최저임금과 소득보장 같은 운동의 기반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득의 계층적 분화는 신자유주의가 강조한 외압의 결과로 본다. 이를테면 완성차 정규직의 임금과 1~4차 하청의 임금 격차의 근본 배경은 차별과 불평등을 강제해 자본의 분할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구조적 외압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김 집행위원장은 “계급운동은 노동운동”이라며 “계급적 단결을 등안시하거나 계급성을 탈색하면 노동의제의 사회적 확장력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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