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창호를 교체하던 중 2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진 고 강보경씨의 어머니 이숙련(71·왼쪽)씨와 누나 지선(33)씨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동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e편한세상’ 건설사로 유명한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 사망사고가 일어난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전국 시공현장을 일제 감독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DL이앤씨 사고 원인과 문제점을 유족 인터뷰와 사고 경위 분석을 통해 연속해 살펴본다.<편집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최다 발생’ 기업인 DL이앤씨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경영책임자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회장이 그룹 절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 전체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중간에라도 이 회장을 소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노위 증인 명단에는 ‘기업 총수’는 대부분 제외됐다.

‘이해욱 회장→대림→DL→계열사’ 지배구조 고리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DL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대림의 주식 52.26%를 소유하고 있다. DL그룹은 지주사 DL㈜·DL이앤씨·DL건설과 비상장사 39개사로 이뤄져 있다. 대림은 그룹 지분 46.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 대림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며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지배력은 ‘대한민국 건설회사 1호’인 대림산업이 지난해 DL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공고해졌다. 이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절반을 상회한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회장(52.26%)과 대림학원(0.93%), 장녀 이진숙(0.06%), 차녀 이윤영(0.05%), 차남 이해승(0.03%)의 지분율을 합하면 53.33%에 달한다.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그룹 지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해욱 회장→비상장사 ㈜대림→지주사 DL㈜→계열사의 지배구조가 이뤄진 셈이다. 이 회장이 대림을 통해 지주사이자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DL을 움직이고 있다. 반면 DL이앤씨 반기보고서(2023년 8월11일)에 따르면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2021년 1월 대표로 선임됐다. 마 대표는 2020년 LG전자 한국영업본부 모바일그룹장을 지낸 뒤 한 달 만에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돼 회사 분할 과정에서 새 대표이사에 올랐다. 마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국감에 소환됐다.

또 국감 소환 마창민 대표, CSO 불과

그러나 마 대표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봐야 할지는 의문이라는 게 중대재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마 대표는 권수영 토목사업본부장, 유재호 플랜트사업본부장과 함께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겸하고 있어 안전조직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3명의 CSO를 두고 있다.

그러나 마 대표는 이 회장의 그룹 전체 지배 아래 대표에 올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고 보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사기관은 ‘실질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월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 법 2조9호 가목에서 정한 경영책임자를 “형식적인 지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했다. 고용노동부 판단도 같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9호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 “실질적 경영책임자는 이해욱 회장”

마 대표를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본다면, 이 회장을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설령 이 회장을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해석하더라도 기업 총수가 ‘영향력’을 이용해 경영책임자에게 특정 업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교사범이나 방조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대검은 분석했다. 이 회장이 마 대표에게 안전관리 업무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그룹 지배력과 수사기관 해석에 따르면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마 대표를 입건하고 소환해 조사했지만, 1년이 넘도록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이 CSO를 내세웠기에 경영책임자를 특정하지 못한 탓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동국제강과 SPC도 기업 총수들이 모두 입건조차 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이해욱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림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 모든 계열사에 대해 사실상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라며 “지배력이 이 회장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강보경(29)씨의 누나 지선(33)씨도 “회사가 내민 임시합의에 마창민 대표가 적혀 있었다”며 “마 대표는 물론 이 회장도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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