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그룹 총수는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여야는 반복되는 중대재해 해결을 도마에 올리는 데까지는 뜻을 같이 했지만, 누구를 부를지를 놓고 대립했다. 야당은 그룹을 이끄는 총수를 불러야 계열사에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책임자인 대표이사를 불러야 한다며 반대했다.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 증인 명단 올랐지만
야당 요청한 그룹 총수 아닌 대표이사만 채택

환노위는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023년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의 건을 처리했다. 환노위는 다음달 11일 환경부를 시작으로 12일 고용노동부,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동부 소속기관, 19일 환경부 소속기관, 23일 노동부 산하기관, 26일 노동부와 경사노위 종합감사, 27일 환경부 및 기상청 종합감사를 실시한다.

환노위 국감의 최대 쟁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중대재해다. 이날 오후 여야 간사가 합의를 거쳐 통과시킨 ‘2023년도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살펴보면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이사,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가 올랐다. 참고인으로는 코스트코 사망노동자 유가족인 김동준씨, 정민정 마트산업노조위원장 등이 올랐다.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는 지난 8월 경기 성남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다. SPC는 지난해 계열사인 SPL에서 노동자가 반죽 혼합기계에 끼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그해 국정감사에서 사건이 다뤄지자 대국민 사과를 하며 1천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30대 노동자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주차장에서 카트관리 업무를 하다 사망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최다 발생 사업장이다. 세아베스틸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군산공장에서만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허영인 SPC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를 증인석에 세우기를 원했던 야당은 반발했다. 야당은 그룹 전반에 결정권을 가진 총수가 그룹사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SPL 대표를 부르는 대신 추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조치가 없다면 그룹 회장을 부르기로 임이자 국민의힘 간사와 합의했는데 왜 반대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약속을 지켜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계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대답했다.

임금체불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 출석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빠져나가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도 출석한다. 오전까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가 야당의 강한 항의로 최종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대유위니아는 위니아전자와 위니아·대유플러스·대유홀딩스를 계열사로 둔 그룹사다. 최근 가전 3사의 체불임금이 553억원대에 달해 논란이다. 임금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가 구속됐지만, 노동자들과 야당은 그룹 회장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영우 그룹 회장은 연봉 77억원을 받고 있다.

김범석 쿠팡아이앤씨 이사회 의장은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쿠팡은 쿠팡로지스틱스(CLS)에서 대리점을 클렌징(배송구역 회수)해 노동자들을 쉽게 해소할 수 있어 논란이 돼 왔다.

다만 국감 증인과 참고인 명단은 향후 여야 합의로 추가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여야 간사는 계속해서 합의를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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