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지난 8월22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 지연을 규탄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민주당은 당내 갈등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약속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9월 통과는 요원해졌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12월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안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지만, 국회의장 앞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 이재명 체제로 분란 수습
노조법·방송법 개정안 처리 의지 밝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로 당내 분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에도 당대표와 뜻을 같이한다고 알려진 최고위원을 포함한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지도부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도부 권고와 다른 결과가 나온 책임을 지고 지난 21일 사퇴했다. 23일에는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내왔던 송갑석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가 수용했다. 공석이 된 원내대표 선거는 추석 전인 26일 치러진다.

당분간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로 흘러간다. 이 대표는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옥중 대표’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단식을 끝내고 검찰 출석을 대비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유 판사는 지난 2월부터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일하며 민주당 돈봉투 사건, 대장동 50억 클럽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들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돈봉투 사건 핵심 인물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2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에도 증거인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민생 의제’라며 통과를 약속해 온 의제이니만큼 민주당이 외면하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노조법 개정안을 민생 의제로 규정하고 여러 차례 통과를 약속해 왔는데, 이를 의제화하지 않는다면 “민생 의제는 이재명 대표 구속을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국민의힘 비판에 힘을 싣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2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노란봉투법과 함께 방송법이 다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정기국회서 재점화하나

국회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던져진 표를 확인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국회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던져진 표를 확인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던 9월 정기국회 통과 시나리오는 사라졌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요구하던 9월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은 사라졌다. 당초 여야는 21일 본회의 이후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이 있다면 25일 본회의를 열자고 합의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 사퇴로 인해 25일 본회의는 무산됐다.

법안은 10월 국정감사, 11월 예산안 정국을 거친 뒤 12월 임시국회에서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전례에 비춰 보면 민주당이 해를 넘기기 전에 법안 통과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사례를 보면, 당시 법안은 2020년 정기국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자녀를 산재로 잃은 유가족들은 정기국회 회기 종료 직후인 그해 12월11일 국회 앞 단식을 시작했다. 정의당이 여기에 결합하며 거대 여야는 법안 논의를 시작하고 통과시켰다. 현재 정의당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한목소리로 노조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그림이 재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한 가진 국회의장. 대통령 거부권에 부담
노동·사회단체 “대통령에게 입법권 존중 요구하라”

노조법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오르기만 하면 야당 주도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중대재해처벌법과 달리 노조법 개정안은 본회의 상정만 남겨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미뤄 왔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 입장이 변하지 않더라도 12월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상정해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77조는 ‘의원 20명 이상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 취지상 의원들의 동의안이 올라오면 의장은 표결 자체를 결정할 권한은 없지 않다고 보고, 민주당이 이 조항을 이용해 본회의 중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내서 노조법 개정안을 본회의 의사일정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법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지난 6일 노조법 개정안의 9월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노조법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지난 6일 노조법 개정안의 9월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다만 판례에 따르면 안건의 본회의 상정 권한은 모두 의장 권한이다. 지난 2006년 사학법 개정안 처리 때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김원기 당시 국회의장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의사일정 변경의 안을 야당 의원 동의 없이 상정했다는 이유였는데, 헌재는 “반대하던 한나라당과의 협의는 실질적 의미가 없고, 한나라당과 직접 협의 없이 의사일정을 변경했더라도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고 판결했다. 의장이 여당 손을 들어도, 야당 손을 들어도 모두 의장 권한이라는 뜻이다.

야권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몇 달을 미룬 상황이라 계속 미루자고만 하는 건 국회의장에게 부담인데,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도 의장에게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입법권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부담”이라며 “의장이 어느 쪽을 더 부담스럽게 여기냐가 (상정)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회의장이 개정안을 상정하고 대통령에게 담판을 지을 것을 요청했다. 이용우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중재안을 만들어오지 않으면 (개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중재안은 안 만들어질 거다. 그냥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21일 긴급성명에서 “거부권 행사가 우려되면 의장은 대통령을 상대로 입법권 존중을 요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며 “입법권 침해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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