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앙노동위원회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사용자에 하청노조와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하청노동자의 단체협약 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려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 33조에서 보장한 권리인데 중노위가 이를 마음대로 쪼개서 자의적으로 인정과 불인정 범위를 나눴다는 지적이다.

중노위는 지난달 3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하청노동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회는 지난해 4월29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의제로 △성과급(물량팀 포함 모든 노동자 지급 등) △학자금(일당제 노동자도 포함 등) △노조활동 보장(하청노조 사무실 제공 등) △노동안전(하청노조의 원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재해 발생시 하청노조의 사고조사 참여 등) △취업방해 금지(블랙리스트 부존재 확약 등)를 제시했다. 지회는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경남지노위는 “원청이 교섭 당사자 지위에 있지 않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하청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청사업주가 하청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번 판정은 하청노동자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을 ‘공동 사용자’로 보는 것으로, 지난해 CJ대한통운과 현대제철 부당노동행위 구제 사건에 이은 세 번째 판정이다.

하지만 중노위는 “하청노동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이상 원청을 상대로 하는 하청노조의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청이 하청노사와 교섭할 의무는 있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파업은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중노위가 판정문이 나오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내고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형해화하는 해석을 덧붙였다”며 “매우 편향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사용자로서 원청 의무를 경감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노위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마음대로 쪼개고 그 의미를 축소해 헌법 위의 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달 12일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가 예정돼 있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의 공동사용자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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