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와 야당은 연내 국회 통과를, 재계와 여당은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여러 가지 현안 중 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할까. 손배폭탄을 맞은 노동자, 사용자를 사용자로 부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자>

▲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2016년부터 임금이 삭감돼 30%나 줄었다. 현재 수주가 늘어났지만 ‘저임금 때문에 못 살겠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소를 떠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외치며 하청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니 파업권이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해고장을 날렸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정식 교섭을 요청하고, 교섭을 1년 동안이나 했지만 하청업체는 원청이 기성금을 올려 주지 않으면 자신들은 방법이 없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원청에 가서 이야기를 하라 하기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와는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데 책임이 없다던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가 파업하자 어용 구사대 수백 명을 동원해 하청노동자들에게 집단으로 폭력을 가했다. 그 폭력을 피해 도크로 들어가고, 0.3평의 철창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게 됐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며 하청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에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하며 투쟁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 과정에 원청인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은 한 달 200만원 남짓 버는 하청노동자에게 5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사 합의안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필자는 또다시 국회 앞에서 20일 넘게 단식농성을 해야 했다. 아직도 필자를 포함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수주가 늘어 일은 많아지는데 일할 노동자가 없어서 이주노동자를 수천 명씩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정부가 하는 상황이다. 수십 년을 일해 온 숙련노동자들을 거리에서 싸우게 하는 이런 해괴한 일이 왜 일어나야 하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측이 불법을 저지르고 잘못하면 관행이고, 우리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과 해결을 요구하면 폭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이에 맞서 싸우면 손해배상을 당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고 그 원칙은 무엇을 위한 원칙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 법이고, 힘을 가진 자가 마음대로 그 힘을 부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법이어야 한다.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 차별을 옹호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고도로 구조화된 폭력이다. 사람다움을 부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게 하는 폭력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더불어 사는 것, 사람이 그 존재함으로써 귀하게 여겨지고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원칙이어야 한다. 그것이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법이고, 그렇게 될 때 그 법은 비로소 지키고 유지될 가치가 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된 세상을 비판하고 부정한다. 그런 정부와 세상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포기를 강요하고 공정하지도 않은 차별적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라 이야기하는 이 야만적인 세상을 증오한다. 하청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우리가 지킬 가치가 있는 세상을 위해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더 이상 이 불의와 구조화된 폭력을 그냥 둘 수 없다.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증명받기 위해 긴 시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게 하는 폭력,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진짜 사장이 바지사장 뒤에 숨어 의무를 회피하는 폭력, 요구와 저항을 불법이라 칭하며 헌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폭력, 손배폭탄으로 노동자의 삶을 파탄내고 노동조합을 옥죄는 폭력. 이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다움, 노동자의 당당한 자기 선언과 권리 선언을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선다. 우리가 지킬 가치가 있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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