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도로 도색작업 후 안전고깔을 수거하던 충북도청 소속 공무직이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작업보호차량이 뒤따르지 않는 등 매뉴얼을 어긴 대목이 드러났다. 게다가 노동계가 지속해서 작업보호차량 대동을 요구해 왔던 사안으로 확인돼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청주서 졸음운전 사고, 도로보수 노동자 3명 사상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지난 18일 오후 1시3분께 청주시 옥산교 인근 2차선 도로에서 도로 도색작업 후 차량 통제를 위해 설치한 안전고깔을 수거하던 권아무개(48)씨를 비롯한 노동자 3명이 졸음운전을 한 5톤(t) 트럭에 치였다.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권씨는 응급실에서 끝내 사망했고, 나머지 2명은 장파열 등으로 입원해 치료 중이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이날 저녁 근로감독관 3명을 파견해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고가 난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청주본소 도로보수원은 39명이지만, 도로관리사업소 기준 인원은 77명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청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50명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면 경영책임자는 충북도지사가 된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에 교통사고 관련 규정 미비”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다. 이 관계자는 “일하다 난 사고니까 산재처리가 당연히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산재처리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등에서 교통사고에 적용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보면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는 게 더 밀접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명백한 안전관리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권혁환 충북도청공무직노조 위원장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는데 교통사고로 치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명백히 매뉴얼에 작업보호차량을 대동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도로보수 작업시 공무원이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도로보수원 안전을 위해 작업보호차량으로 교통통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대부분의 도로보수 작업에서 작업보호차량은 인력과 예산 문제로 출동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에도 작업보호차량은 없었다.

도로보수원 차량 지원 없이 ‘자차’ 출동도

게다가 도로보수원의 출동차량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작업에서 도로보수원은 작업용 차량이 아니라 개인차량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했다. 사망한 권씨 역시 이날 개인차량으로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매뉴얼이 사문화한 셈이다.

이런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7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작업보호차량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가 났지만 노동자는 다행히 경상에 그쳤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는 최근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해 노정협의를 예정한 상태였다. 공공연맹은 안전 매뉴얼 지침에 맞게 안전 조치 후 도로보수 작업이 이뤄지도록 규제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교통사고로 처리해 사실상 산재가 은폐될 우려가 있다며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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