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시기사가 수입의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사납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금에서 공제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납금 미달액을 공제한 이후의 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전북 군산의 한 택시회사 소속 택시기사 A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상고 이후 5년2개월 만의 결론이다.

사납금 미달시 ‘가불금’ 명목 공제
“최저임금법 위반, 공제금액 요구”

2015년 노사가 체결한 임금협정 내용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노사는 택시기사가 소정근로시간 내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납부하고 정액급여와 성과수당제를 병행하는 월급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사들은 하루 근무시간 동안의 운송수입금 전액을 당일 입금해야 했다. 월정액(기준금)은 1일 2교대 기준 1명당 275만원으로 정했다.

문제는 ‘운송수입금 입금’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임금협정은 ‘기사가 운송수입금을 입금하지 않고 유용한 금액은 가불 처리 후 급여와 퇴직금에서 공제하고 월급여 미달시 징계 및 형사 처벌한다’고 정했다. 기준액 미달시 임금과 금품에서 공제해 상벌위원회에 징계 회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회사는 기사들이 기준 운송수입금 미달시 차액만큼 ‘가불금’ 명목으로 급여에서 공제했다. 그러자 A씨 등은 2015년 11월 사측의 공제가 옛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위반돼 무효라며 공제금액 전부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회사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한 것은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며 공제금액의 지급을 요구했다.

재판에서는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공제 이전 금액으로 할지, 공제 이후 금액으로 할지를 두고 다뒀다. 1심은 최저임금 미만의 지급은 일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사납금 부족분 공제 이전의 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부분 밖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특성상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초과 운송수입금의 80%를 성과수당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임금협약이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공제 후 급여로 판단, 법 취지 부합”
노동계 “사납금 부족분 이유, 공제 부당 확인”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납금 미달액) 공제가 이뤄진 경우 기사가 운송수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부하지 않아 공제액이 발생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준 운송수입금(사납금) 미달액을 공제한 후의 급여를 토대로 임금을 계산해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택시기사가 운송수입금을 전부 납부했다면 기준 운송수입금 미달액이 월 정액급에서 공제되는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에서 운송수입금을 전액 납부했음에도 납부액이 기준 운송수입금액에 미치지 못해 미달액을 월 정액급에서 공제함에 따라 택시운전 근로자가 최저임금 수준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 이익의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제금액 전부의 지급을 요구한 원고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택시는 현대판 지주와 소작의 관계인가. 어떻게 사납금 기준금을 이유로 마이너스 임금이 발생하냐”며 “택시회사 전 분회장은 소송 중에 세상을 떠났다.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줄인 탓에 기사들은 투잡을 뛰며 버텨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납금 부족분을 이유로 임금에서 공제하는 행위가 부당함을 대법원에서 확인받았다”며 “지난 9년간의 임금 미지급분에 대한 본 판결로 계류됐던 소송의 판결이 이어질 것인 만큼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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