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시기사 운송수입금(사납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정 금액의 사납금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은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반하는 노사 합의는 위법하다는 취지다.

취업규칙 ‘1일 최저 사납금 미달시 임금 공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으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1~12월 퇴직한 택시기사 B씨 등 3명의 퇴직금 668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회사와 B씨 등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지급한 운송수입액이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했다. 2018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도 실제 사납금 납부액이 기준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미달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020년 단체협약에서는 월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급 미달금액을 임금에서 제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를 토대로 1·2심은 “임금 공제가 원칙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운송수입금액 미달액을 퇴직금에서도 공제할 수 있다고 믿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강행규정인 여객자동차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여객자동차법 21조1항2호와 26조2항2호는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2020년 1월 시행됐다. 대법원은 사납금제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법 취지로 볼 때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단결근 3일 이상시 퇴직’ 조항도 무효

대법원은 “사용자인 피고인은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며 퇴직금 미지급 혐의를 인정했다.

3일 이상 무단결근한 택시기사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분도 상고심에서 쟁점이 됐다. 취업규칙은 월 무단결근 3일 이상 또는 결근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결근이 2일 연속이거나 월 3일 이상인 직원을 징계해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1·2심은 3일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결근한 때 퇴직 처리한다고 정한 취업규칙을 근거로 택시기사 C씨가 월 3회 무단결근해 1년간 근로기간이 지나기 전에 당연퇴직했다고 A씨가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취업규칙 규정은 해고의 성격이 강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C씨를 취업규칙 사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23조1항)에 따른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기록상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나 회사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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