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충원에 대한 노정합의를 도출한 지 1년이 됐다. 당시 극적인 협상 타결로 노조가 예고한 파업은 5시간을 앞두고 철회됐다. 공공의료 확충의 ‘불씨’를 살려 내고 초기업교섭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지부와 노조는 합의 이후에도 정례회의를 통해 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정합의 이행은 얼마나 이뤄졌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생명안전수당 제도화·야간간호료 확대 ‘A’
의대증원·국립대병원 주무부처 이관 ‘F’

노정합의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충원 부문으로 구성됐는데 각각 3개, 9개, 8개 의제다.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운영(2024년까지)을 제외하고 이행이 완료됐다. 인력확충은 교육전담간호사제나 교대근무 개선의 경우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고, 나머지 의제는 대부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표 참조>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은 지난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과 예산 반영으로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환자 입원치료 업무 종사자에게 지급되고 있다. 야간간호료 및 야간전담간호사 관리료도 지난 1월부터 전국 병원급(요양병원·정신병원 제외)으로 확대적용됐다.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은 지난 4월부터 46곳(188병동)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공공의료 확충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6개 직종(간호사·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에 대한 직무 실태조사를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 7월부터 하고 있다. 간호등급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연구는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맡겼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에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는데 하반기로 밀린 상태다.

노조는 이행이 완료된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야간간호료 확대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이행을 ‘A’로 평가했다. 반면 △의대증원 사회적 대화 △국립대병원 주무부처 복지부 이관은 전혀 추진이 되지 않아 ‘F’로 평가했다.

▲ 보건의료노조
▲ 보건의료노조

공공의료 예산 확보·법 개정 여전히 과제
의사인력 확충에 여야 모두 공감

노조는 올해 하반기를 이행점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기로 본다. 1일 오전 국회 토론회에서 이주호 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진행 중인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긍정도 부정도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올해 하반기가 이행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우선 70개 중진료권에 책임의료기관부터 지정해야 한다. 노정합의에 따라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하기로 했는데, 현재 지역책임의료기관 42곳이 지정됐다. 나머지 28곳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병원 공익적자 해소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익적자 해소 방안을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고영인 의원이 발의한 ‘공공의료 강화 3법’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3법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국비부담을 강화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안, 공익 적자에 대한 국가지원을 제도화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공공보건의료법) 개정안이다.

간호인력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수 규정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노조는 이달 자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향을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의사인력 확충은 필수 과제다. 여야 모두 의대 증원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의료인력 처우개선과 관련한 합의사항은 차근히 이행되고 있지만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시작도 못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도 “노정합의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의대 증원은 전혀 추진되고 있지 않다”며 “의료종사자와 정부, 국회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합의를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법률안만 10건이 발의돼 있다.

송재찬 대한원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의대(생)를 증원해 뽑으면 2035년쯤 의사가 나올 텐데 10년이 넘는 기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신경외과 전문의를 양성할 것인지 건강주치의를 육성할 것인지 어떤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생과제로 추진해야”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이행이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7월7일과 지난달 17일에도 노조와 복지부는 이행점검 협의체를 통해 이행계획을 점검하고 추진상황을 공유했다. 노조와 복지부는 노정합의 이후 월마다 노정합의 이행점검 정례회의를 열었다. 주요 의제인 간호인력 배치 개편,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코로나19 간호인력 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 논의를 추진해 왔다.

이주호 원장은 “여야 협치를 위한 민생의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정합의 이행을 최우선적으로 여야가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행점검과 부처 간 역할조정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합의 내용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상당수 포함됐고,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이행할 것”이라며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방향성을 좀 더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는 정춘숙 의원과 최연숙 의원, 고영인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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