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공공노동자가 10월 임금·단체교섭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부딪칠 전망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어느 쪽이 확보하느냐가 구조조정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이른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8월 내 정부부처별 공공기관 혁신안을 수렴한 이후 태스크포스(TF) 체계로 혁신안을 점검해 실제 이행계획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각 한 달 정도 소요기간을 상정하면 10월에는 정부 결재를 받은 공공기관별 구조조정 계획이 수립된다는 얘기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통상 공공기관이 임단협 교섭을 시작하는 시기다.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해 살림을 마감하는 연말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해 해를 넘겨 타결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기재부 구조조정안 예시를 보면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공공기관의 사내대출제도 개정과 복리후생 손질, 임금체계 개편같이 임단협 안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를 바꾸려면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한다. 10월 임단협 교섭장을 첫 충돌 지점으로 보는 까닭이다.

직무급제 추진한 문재인 정부
‘경사노위 대화’ 극한대립 피해

다만 정부와 공공노동자의 충돌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사회적 대화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를 추진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를 통해 대화를 이어 가면서 극한 대립은 피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 채널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충돌 수위가 다를 수 있다”며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을 펴더라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실하게 내용을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파열음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이 장관이 노동계 출신이라는 점은 박근혜 정부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행했던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정책을 강행하다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출신으로 노동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노동부 수장의 역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보다 낮은 지지율
정부 ‘상대적 박탈감’ 자극 초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정책을 추진하긴 어렵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27.5%)은 탄핵 직전인 박근혜 전 대통령 4년차 3분기 지지율(32%)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공공기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와 민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할 수 있는 복리후생이 표적이다. 기재부는 실제 혁신안 작성양식에 교육원·연수원·사택 같은 부동산과 여가·레포츠시설 회원권 같은 자산을 처분 예시 항목으로 제시했다. 공공연맹 관계자는 “이런 복리후생 자산을 처분하는 게 적자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공공기관 부채를 ‘착한 부채’로 이름 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민간이 부담해야 할 몫을 공공부문이 감당하고 있는 데서 발생한 것이라는 논리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과 집회 같은 방식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시도를 규탄해 여론을 모으는 시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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