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전문가들이 재정지출 감축에만 목을 매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틀렸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재건과 고용 증대 같은 목적보다 재정지출 감소에만 열을 올리는 본말전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현황과 대안 포럼에서 나왔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가 최근 몰두하는 재정준칙 도입과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적자 3% 유지 재정준칙 도입은 시도
“적자 사회보험 선별해, 긴축 편향 강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 뼈대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같은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다시 뺀 지표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윤석열 정부) 관리재정수지는 모든 사회보험수지를 제외하는 것도 아니어서 편제 자체가 자의적”이라며 “현행 관리재정수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액을 반영하면서 사학연금이나 국민연금 흑자액은 반영하지 않는 등 적자상태의 사회보험만 선별해 포함시키고 있어 재정준칙은 긴축 편향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재정준칙은 현재 국내외적 경제상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나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나면 다시 세계 각국 경제는 장기적 경기침체 경향으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 제시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하면서 경기침체의 구조적 요인인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준칙 같은 긴축 정책은 경기침체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장기 경기침체 경향에 맞서기 위한 정책 본령은 불평등의 시정”이라며 “누진 증세와 공적이전 지출 확대, 공공영역의 확대를 위한 공공투자가 정공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정교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 교수는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후유증 극복과 불평등·양극화 완화, 구조적 변화 대응,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같은 다양한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가운데 증세 없이 관리재정수지 적자 3% 또는 2% 상한을 지키려면 상당한 긴축이 불가피해 재정 건전성만 강조하고 시대적 과제를 도외시한 가장 나쁜 재정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채비율 ‘개선’ 뚜렷한데 부채 강조
“민영화 이데올로기 매몰된 나쁜 재정정책”

정부재정뿐 아니라 공공영역에 대한 재무건전성 공격도 위험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재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공공부문의 부채를 오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공영역을 축소하는 민영화를 야기해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통해 공공기관 재무구조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해당 부채의 원인을 진단하지 않고 다면적 측면을 간과해 부채 문제 해결에 있어 나쁜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산 매각 같은 대목은 오히려 부채비율을 높일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사옥 매각은 경상비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고정적 부채요인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정부의 주장 자체가 틀렸다고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부채는 늘었지만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보다 당기순이익 개선 같은 자본 증가가 더 빠르다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평균과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단순 비교하면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높지만 개선수준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개선 속도가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 부채통계를 왜곡하는 요인을 통제하면 오히려 민간기업에 비해 공공기관 부채는 더욱 잘 관리되고 있다”며 “유동비율이나 당좌비율, 영업이익률, 판매관리비율 등 모두 양호하거나 좋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공부문 부채문제를 집중 부각한 것은 민영화를 위한 의도적 흠집내기라는 이야기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사실에 근거한 정책이라기보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려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다분하다”며 “이를 극복하고 기후위기와 코로나19에 따른 불평등 심화에 공공기관이 적극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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