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찾기유니온

부산아이파크 프로축구단에서 15세 미만 유소년팀 감독으로 일한 A씨는 2020년 말 갑작스럽게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2007년부터 13년간 일했는데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A씨는 “구단이 정해 준 시간표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쳤고 사무국 직원과 같은 사무실로 출퇴근을 했다”며 “전혀 ‘프리’하지 않게 일했는데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호소했다.

A씨 같은 프로구단 코치·감독 등 지도자가 노동자처럼 일하는데도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각종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2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아이파크 축구단에서 10년 넘게 장기 근속한 유소년팀 감독을 해고하고 퇴직금도 주지 않고 있다”며 “전속계약을 체결해 구단이 정한 근로시간과 장소에서 상시적 업무를 수행했는데도 근로기준법상 사업주 책임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실제 일하는 형태를 따졌을 때 A씨는 근로자성 여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A씨를 대리한 하은성 공인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는 “훈련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선수 영입과 이적 관련 업무도 구단의 지휘에 따라 진행됐다”며 “유소년팀 지도업무 외에 구단이 지역사회에서 개최한 축구교실에서도 지도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수행 과정에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등은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산업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은성 노무사는 “여러 구단의 유소년 지도자·트레이너 등이 만성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며 “폐쇄적인 채용시스템으로 권리 침해를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6월부터 ‘가짜 3.3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스포츠산업을 심층조사 사업으로 선정한 뒤 프로축구단뿐만 아니라 학교·학원 등에서 일하는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의 권리찾기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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