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학습지노조 대교지부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대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재계약심사제도 폐지와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어고은 기자>

대교 눈높이러닝센터에서 일하는 센터장들이 지난해 7월 새로 도입된 학생수를 기준으로 한 재계약심사제도 적용을 앞두고 계약해지로 이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학습지교사와 마찬가지로 1년 단위 위탁사업자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 신분인 센터장들은 코로나19로 대면수업 수요 감소로 인해 학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센터장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수 줄어들면 재계약 못 한다”

17일 대교 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확정한 ‘러닝센터 운영체계’에 따라 새로 도입된 재계약 기준이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 ‘러닝센터 운영체계’를 보면 전체 사업부제 러닝센터장을 대상으로 △누적 총원 성장지수 ‘0’ 이상(또는 누적순증 ‘0’ 이상) △퇴회율 6.5% 미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재계약을 할 수 있다. 이 중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한다. 계약시점부터 재계약 평가시점까지 러닝센터 누적 총원(과목수)이 증가하지 않거나, 연간 평균 퇴회율(회원 탈퇴율)이 6.5% 이상이면 계약해지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전국 700여개 학원 개념의 눈높이러닝센터에서 센터 교사와 회원을 관리하는 센터장은 회사와 위탁사업자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대면수업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학생수 증가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면 곧 다수 센터장들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학습지교사로 일하다 2014년부터 센터장으로 일한 이미숙(58)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센터 총원이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며 “신수수료체계로 전보다 수입도 적어졌는데 일방적으로 재계약 기준도 바꾼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교는 지난해 7월 재계약심사제도 도입과 함께 ‘러닝센터 운영체계’에 따라 고정수수료를 줄이고 성과수수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수료체계를 변경했다. 러닝센터와 방문 학습지 등 대교 주력사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학생수에 연동된 수수료제도와 재계약심사를 도입해 센터장들에게 수익감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재계약심사제도는 학습지업계에서 대교가 유일하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설립 22년 만에 시작한 교섭에서도 주된 쟁점

재계약심사제도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대교 노사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주된 쟁점이다. 대교 노사는 지난달 11일 상견례를 하고 교섭위원 구성 및 교섭주기 등을 담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두 차례 본교섭을 진행하면서 지난 8일에는 조합활동이나 성평등 모성보호 등 단협 10개 조항에 합의한 상태다.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지부장 정난숙)에 따르면 현재 재계약심사제도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도입을 위한 조합원 명단 공개 등을 두고 노사 양측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정난숙 지부장은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는 재계약심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현행유지를 고수하고 있다”며 “타임오프도 사측은 조합원 명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조합원들 사이 노조가입 여부가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사는 기본협약에서 “타임오프는 사내 조합원수에 비례해 지급하되 지급시기 등은 본교섭에서 합의한다”고 정했다. 지부는 재계약심사제도 폐지를 비롯해 기본 수수료 지급 및 보장, 센터장의 (3개월 누적 퇴회지수율을 반영한) 3개월 연동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교 홍보팀 관계자는 “러닝센터장들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제도로 연초부터 많은 검토를 해 왔다”며 “재계약 기준을 완화해 센터장들이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교 노사 교섭은 다른 학습지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대교 학습지교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결하고 나서야 지부 설립 22년 만에 올해 단체교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민희 노조 재능교육지부장은 “대교지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교섭을 진행하는 만큼 재능교육지부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교지부의 교섭 결과가 재능교육과 구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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