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학습지 노동자로 주로 구성된 학습지 업계 노사 교섭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재능교육·대교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은 가운데 교원구몬 노동자들은 행정소송을 이어 가며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23일 전국학습지산업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가 구몬 학습지교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판정한 사건과 관련한 행정소송 1심이 진행되고 있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구몬 사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각각 지난 2022년 11월과 올해 2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사측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구몬은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박성희 노조 구몬지부장은 “동종 업계인 재능교육과 대교는 단협을 체결했지만 구몬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사측은 대법원판결까지 이어 가겠다고 하면서 지부가 지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섭하려면 대법원 판결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은 학습지 노조들이 공통으로 겪는 첫 관문이다. 노조 재능교육지부는 2000년 특수고용직 최초로 단협을 체결한 뒤 2004년, 2007년, 2014년 갱신했다. 특수고용직과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사측 주장이 2018년 6월 대법원 판결로 깨지고서도 한참 뒤인 2021년에서야 네 번째 갱신했다. 재능교육지부는 다섯 번째 갱신을 위해 지난 11일  교섭을 요구했다.

2000년 9월 설립한 노조 대교지부는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측과 교섭을 하지 못했다. 재능교육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달인 2018년 7월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긴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지노위와 중노위가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도 노동자 인정한 판결이 나오고서야 정식 대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1년8개월 동안 36차례 교섭 끝에 의견을 모았다. 대교 노사는 이달 22일 단체협약 체결식을 했다.

대교 노사가 맺은 단협은 특수고용직 노사관계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에 따라 지부는 연 2천4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를 인정받게 됐다. 노조사무실도 제공받는다. 조합원 교육과 홍보활동 시간, 노사 소통창구 마련 등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특수고용직 노조 중 전임자의 임금·활동비를 사측이 지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타임오프제를 못 박아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활용하면 노조간부들이 연 2천400시간 한도 내에서 노조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정난숙 대교지부장은 “노조를 탄압하고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윤석열 정부의 퇴보하는 노동정책에도 2년여 동안 선전전·결의대회 등 조합원과 함께 단협 체결 투쟁을 해 왔다”며 “2025년 단협 갱신체결을 위해 현장을 조직하고, 노조 구몬지부·재능교육지부의 단협체결 투쟁에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근로시간면제 적용은 노조활동을 사측이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합의”라며 “다른 특수고용직 노조도 대교 단협을 토대로 교섭에서 타임오프를 보다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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