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안전보건공단이 근로자건강센터 위탁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나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직접운영이나 산하기관 편입 결론이 도출되자 불법파견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비공개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공단이 2011년 부터 설치·운영해 온 기관이다. 지난해 9월 광주지법은 문길주 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노동부·공단과 긴밀히 협력할 수밖에 없어”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9월3일 ‘근로자건강센터 위탁운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주제로 입찰공고를 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산학협력단이 낙찰받아 연구를 수행했고, 지난해 말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직접운영 혹은 산하기관에 센터를 편입하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 업무는 공단·고용노동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할 수밖에 없는 데다 센터가 직접 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는 점을 주요 논거로 제시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중앙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했다.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대구근로자건강센터는 트라우마 상담을 지원하고 2차 재해예방을 위한 지원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시범운영한 트라우마 상담은 이후 공단이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는 공식사업이 됐다. 노동부와 공단과 긴밀한 소통 없이 불가능하다.

노동부와 공단은 2018년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성과 및 향후 운영방향’에 근로자건강센터의 성과로 트라우마 상담센터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시민·노동단체의 신뢰를 받고 있는 센터의 강점을 부각해 사회이슈 사건 발생시 지방고용노동관서와 함께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주지법의 불법파견 판결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법원은 전국 근로자건강센터가 매년 공단의 종합평가를 받고, 평가에 따라 이듬해 사업비 예산을 차등지급받은 점, 공단이 상세한 업무수행 가이드를 내린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와 공단이 직접고용관계에 있다고 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센터 직접운영이 필요하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지 않아도 되는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한다. 재해가 집중되는 곳이다. 지난 1월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 828명 중 80%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불법파견·비정규직 문제 방기”

공단은 현재 광주고법에서 심리 중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연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단은 <매일노동뉴스>의 정보공개 청구에 “진행 중인 재판과 직접·구체적으로 관련되는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재판의 심리 또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과거 근로자건강센터 관련 연구용역을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

불법파견·비정규직 문제를 정부가 방기하면서 노동자들은 불안해 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근로자건강센터 직원(283명, 의사 제외) 중 73.85%(209명)는 비정규직이다. 공단은 2018년 “센터의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추가 논의 후 2019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화를 기관 자율에 맡기면서 없던 일이 됐다.

공단은 지난해 9월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내면서 “지난 10년간 센터의 양적 확대에도 위탁사업방식으로 인해 노동부·공단·센터의 유기적인 사업 수행의 어려움과 비정규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향후 센터사업의 양적·질적 확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탁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날 연구용역에 따른 센터 운영방안 개선계획을 묻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보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1심 판결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 근로자건강센터가 광주근로자건강센터처럼 운영한 것이 사실”이라며 “안전보건공단은 법적 다툼으로 시간끌기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이달 27일 첫 공판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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