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16일 시행한 이후 도급 책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늘어났지만, 증가 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기소된 도급 책임자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모두 형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안전보건책임자의 실형 비율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법원의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연인 징역·금고형 비율 3.4%포인트 증가
“도급인 안전·보건조치의무 치사죄 인정 영향”

21일 고용노동부 용역연구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판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 개정 이후 자유형 선고 비율이 다소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양승국 아주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결문 496건(2020년 304건·2021년 192건)을 분석했다. 범위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사례로 한정하고, 약식명령으로 끝난 사건은 제외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전에는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에만 인정되던 원청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하는 경우에도 인정되도록 확대됐다. 이를 위반하면 원청 책임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고서를 보면 ‘자연인(사람)’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의 선고 기간이 다소 증가했다. 자유형(징역·금고·구류) 선고 비율(집행유예 포함)은 법 개정 전(48.3%) 사건에 비해 개정 후(51.7%) 사건에서 3.4%포인트 증가했다. 평균 선고 기간도 7.23월에서 7.94월로 0.71개월이 늘었다.

자연인 피고인의 벌금액도 평균 444만원에서 463만원으로 약간 높아졌다. 다만 벌금형 비율은 49.7%에서 47.0%로 다소 낮아졌다. 연구진은 “도급인에 대해 안전·보건조치의무 치사죄가 적용되도록 개정됨에 따라 기존 수급 사업주나 수급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게만 성립되던 안전·보건조치의무 치사죄가 인정되면서 자유형 선고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도급인 처벌 수위, 개정 전보다 늘어
원하청 징역형 선고 비율, 2대1→1대1

도급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징역형 선고 비율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법개정 전에는 도급 책임자는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혐의만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법개정 이후 안전·보건조치의무 치사죄가 도급인에게 추가되면서 수급 책임자와 도급 책임자의 징역형 선고 비율이 각각 15명씩 절반으로 나타났다. 개정 전 2 대 1(40명:20명)과 비교해 도급 책임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개정된 법률이 시행된 후에는 근로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수급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도급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함께 지게 됐으며, 나아가 도급 책임자가 더 중하게 처벌되는 사례도 있다”며 “개정법 적용 이후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수급과 도급 책임자 비율이 1 대 1이라는 결과는 개정법의 입법취지가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도급 책임자에게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치사죄가 성립됐을 때 실형 비율과 형량은 모두 높아졌다. 개정 후 실형 비율은 61.6%로 개정 전(58.5%)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징역형 형량도 7.21개월에서 8.02개월로 늘었다.

실형 비율 ‘미세’, 대부분 집행유예
“법원 여전히 온정주의, 태도 변화해야”

하지만 지난 2년간 ‘자연인’에 대한 실형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경우 징역형이 선고된 184명 중 9명(4.9%)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는 징역형 111명 중 2명(1.8%)만 실형 선고를 받았다. 대부분의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이다. 금고형도 마찬가지로 실형 비율은 2020년 11.1%에 그쳤다. 지난해는 아예 없었다.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 선고 비율도 전체 피고인 중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은 445명 중 220명(49.4%)이, 지난해는 278명 중 136명(49.8%)이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법인의 경우 벌금형 비율은 2020년 98.1%, 2021년 98.2%로 형 종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치사죄가 적용된 경우 징역형이 평균 7개월 정도(2020년 7.62월·2021년 7.43월)에 그쳤다. 대법원 양형기준의 감경구간(6월~1년6월)에 속하는 결과다. 연구진은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치사죄는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형을 더한 것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법인데도 실제 법에서는 이러한 입법취지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징역형이나 금고형 비율이 다소 늘었다는 것만으로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법원의 온정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전보건 범죄를 대하는 법원의 태도나 사회 규범적인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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