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2019년 9월17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서 조속한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피해자들(한국도로공사)이 처벌을 원하고 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이규석 판사는 지난 19일 한국도로공사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톨게이트 수납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판시했다. 공사의 인사규정에 따라 직위해제됐던 수납원들은 1심 선고에서 실형을 피해 회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법원 형량이 직접고용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직위해제 수납원 벌금형, 해고 피해
노조간부 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이양진 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등 11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이 기소된 지 약 1년 만이다.

이양진 전 위원장 등 2명은 징역 8월을, 김봉진 전 연맹 부위원장 등 3명은 각각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들에 대한 형의 집행은 2년간 유예됐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 등 6명에게는 벌금 300만~8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공사가 2019년 9월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수납원들은 2019년 9월께 공사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잇따르자 결국 공사는 2020년 5월 1천5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는 농성 과정에서 경찰력을 요청했고, 검찰은 이들에게 공동주거침입 혐의 등을 적용했다.

노조간부들이 기소되자 공사는 이들을 모두 직위해제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는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금고 이상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선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논란이 됐다. 형사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해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판에서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른 직접고용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정당한 노조활동을 한 것”이라며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원, 검찰 공소사실 전부 인정
노조 “공사가 문제인데, 노동자가 무슨 죄?”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이 판사는 “(로비 점거는) 쟁의행위 수단과 방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사의 퇴거 요청에도 약 4개월 동안 로비 점거를 계속해 관리자의 시설관리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어 △공식적인 협의 절차 없이 즉흥적이고 갑작스럽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점거 행위를 감행한 점 △평화적인 집회 형식을 통해 의사 표현이 가능했던 점 △사장의 허락을 받아 노조 대표자들이 노조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던 점 △2층 로비는 수납원 업무나 노조활동과 무관한 공간인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경찰의 저지도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해석했다. 이 판사는 “(본사 출입을) 소극적으로 제지한 것은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고인들은 사옥 2층 로비 등을 4개월 동안 점거했고, 공무집행방해와 공동폭행 범행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1심 선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공사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 발생한 사건인데도 수납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사측은 선고 직전에는 결과에 대해 걱정한다고 말했는데 막상 선고를 들어보니 처벌을 원하고 있었다”며 분노했다.

한편 같은날 다른 사건에서 재판을 받았던 수납원 7명도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돼 직위해제 징계가 풀렸다. 하지만 공사가 2019년 10월 노조간부 및 조합원 14명을 상대로 기물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손해배상액만 1억여원이다.

▲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사옥 로비에서 농성을 벌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노조간부들이 지난 19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사옥 로비에서 농성을 벌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노조간부들이 지난 19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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