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4일이면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1천500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으로 일한 지 1년이 된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노동자 손을 들어주고, 노동자들의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와 도로공사 김천 본사 로비 점거농성에 못 이겨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존 요금수납원들은 ‘현장 지원직’이라는 이름으로 고속도로 청소를 하며 자회사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 대화 채널은 정상 가동하지 않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최저임금도 못 받을 뻔
대화 채널 구성 문제로 갈등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것은 정규직노조와 공사 간 단협을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전 2년간 임금이 삭감된다. 정년은 만 60세다.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자 각종 수당을 붙여 겨우 최저임금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3월 기본급은 140만250원이었다. 도로공사는 기본급 전월이월금이란 명목으로 40만원을 더해 최저임금인 182만2천480원보다 520원 높은 182만3천원을 지급했다.

노사 간 공식 협의체가 있지만 제대로 가동되진 않는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노사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열어 구체적인 협의체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공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공공노련 소속 정규직노조인 도로공사노조를 비롯해 공사톨게이트노조·공사순찰노조, 민주일반연맹 소속인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경남일반노조 톨게이트지회, 상급단체가 없는 인천지역일반노조 톨게이트지부가 있다.

공사는 협의체에 정규직·순찰원·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구성된 직종별 노조가 참석하고, 공사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만 협의체에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직종별이 아닌 지역별로 노조를 구성하고, 공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노조 전임자가 사업을 주도하는 민주일반연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정수 연맹 조직실장은 “각 노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철회도 쟁점이다. 지난 1월 공사는 요금수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김천 도로공사 앞에서 농성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노조 간부 16명을 직위해제했다.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고, 기소된 이가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사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과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이 각각 벌금형을 받고 직위해제 징계가 철회됐다.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13명은 직위해제 징계가 풀리지 않았다.

직접고용 노동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장

민주일반연맹은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맹은 △현장 지원직에 대한 임금피크제 해제 △모든 노조 간부에 대한 직위해제 징계 철회 △상생협의체 구성요건 변화 △청소 업무가 아닌 톨게이트 입구에서 할 수 있는 과적차량 단속 업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남정수 실장은 “김진숙 사장은 처음으로 나온 여성 도로공사 사장이라 고령 여성노동자가 많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며 “사장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지난 12일에도 김 사장에게 요구서한을 보냈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응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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