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산업의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용하는 발전 5개사를 통합해 인력을 교류하면 2032년까지 감축되는 인력을 100명 미만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전 5사 법인이 달라 인력교류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인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는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산업의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나왔다. 김주영·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노련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조영상 연세대 교수(산업공학)는 “5개 발전소가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시점과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으로 전환하는 시점이 불일치해 발전 공기업별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5사를 통합하거나, 최소한 인력교류 시스템을 마련하면 장기적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더라도 2032년까지 감축 인력을 93명으로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단 협력사를 비롯해 발전소 안팎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제외한 전망이다.

발전사 통합, 변동성·간헐성 큰 재생에너지 안정에 기여

발전 5사는 별도의 법인이다 보니 인력을 직접 교류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한 곳은 인력이 필요한데 다른 곳은 인력을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올해만 해도 한국남동발전은 LNG 전환으로 신규인력 170명이 필요하지만,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발전소 폐쇄로 각각 253명, 30명을 내보내야 할 상황이다. 만약 이 3곳이 하나의 법인이거나 최소한 인력교류가 가능하다면 감축인원 170명을 전환배치해 감소를 113명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2032까지의 석탄화력 폐지와 LNG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 일자리 감소는 93개로 줄어든다.

발전 5사 통합은 인력감축 대응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활용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과 품질의 격차가 큰 변동적이고 간헐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공통의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설비 투자가 필수다. 조 교수는 “공공부문이 이런 저장장치 설비를 투자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까지 통합한 중개망을 갖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산업차원의 구조개편 외에도 노동을 비롯한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원칙 수립과 산별교섭을 통한 고용안정 강화, 그리고 사업장별 경영참여를 통한 노동자 간 차별 해소를 과제로 꼽았다.

사회적 대화로 원칙 세우고
산별교섭으로 고용보장 ‘중층 거버넌스’ 필요

이정희 본부장은 “현재까지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위기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폐쇄할 발전소의 고용위기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와 노조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다양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핵심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진 주체가 부담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누구도 위기 속에 남겨 놓지 않겠다는 전환 원칙”이라며 “기후위기라는 보편적인 위기 속에 피해는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배제되면서 우리나라 산업전환 거버넌스는 왜소하다.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는 물론이고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논의 구조나 주무부처의 전환계획 같은 곳에 노동계는 물론 환경·시민운동도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속도조절’ 같은 주장도 나타난다. 탄소중립 스케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짜였다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속도조절은 결코 대안이 아니다”며 “탄소중립을 늦추는 게 아니라 예정대로 가면서 그 안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연대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속도조절론이 거세질 경우 노동계가 기후위기의 저항세력으로 남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결할 과제가 바로 거버넌스 구축이다. 이 본부장은 “거버넌스 구조를 중층적으로 구성해 당사자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산별교섭으로 강화하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같은 제도를 활용해 기업 수준의 의사결정에서 노동자 간 차별을 해소하는 방식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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