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전망한 2050년, 국내 전체 전력수요 예측량은 1천165.4~1천215.3테라와트시(TWh)다. 2018년과 비교해 204.2~212.9% 증가한 규모다. 수요가 두 배니 생산도 두 배가 돼야 한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세 배 이상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탄소중립위가 예상한 3개 시나리오 각각의 재생에너지의 전력부담은 56.6~70.8%에 달한다. 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0~8% 수준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는 9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고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곳 가운데 30곳을 폐쇄하고 이 가운데 24곳을 LNG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LNG발전 역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또다시 전환 대상이 된다. 나머지 생산원은 시나리오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주로 무탄소신전원(14.1~21.4%), 연로전지(1.4~9.7%), 원자력(6.1~7.2%), 동북아그리드(0~2.7%), 부생가스(화학공정 부산물로 발생한 가스, 0.3%)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유지하는 것으로 제안한 1안은 석탄화력발전이 1.5%를 담당한다. 실현 가능할까.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35테라와트시
제조산업 2년 새 123곳 폐업, 1천853명 감소

안타깝게도 전망은 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8년 3만5천598기가와트시(GWh)다. 테라와트시로 환산하면 35테라와트시다. 비율로 따지면 6.2%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으로 넓혀도 별 차이는 없다. 3만6천392기가와트시, 36테라와트시에 그친다. 최대 70%까지 전체 발전량을 감당해야 한다면 그 규모는 815테라와트시가 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금의 약 23배가 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신재생에너지 보급·산업의 현실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매년 산출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를 보자.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의 통계다. 가장 최근인 2019년 통계를 보면 산업은 2018년보다 오히려 위축했다. 우선 기업체가 385곳에서 314곳으로 감소했다. 고용인원은 1만3천885명에서 1만2천599명으로 줄었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업체수는 437곳, 고용인원은 1만4천452명이었다. 해가 갈수록 기업은 50곳 이상, 고용은 1천명 가까이 줄어드는 추세다.

왜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동향과 고용시장 분석’ 보고서에 힌트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계는 국제적인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은 “최근 투자는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돼 있는데 세계 시장의 제조부문 제품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태양광은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풍력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에서 아직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분석한 2019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이 204기가와트(GW)에 달한다. 2위인 미국의 76기가와트보다 세 배가량 많다. 우리나라는 11.2기가와트다.

중국에 밀려 문 닫는 신재생 제조업체 속출
전력시장 참가자는 3천곳 넘게 폭증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제조 가치사슬을 주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플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를 비롯해 태양전지와 모듈 같은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수준은 낮지만 이미 시장주도적 지위를 갖췄다. 이 탓에 우리나라는 훌륭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관련 업종이 폐업하고 있다. 잉곳은 2017년 이후 아예 만드는 업체가 국내에 없다. 웨이퍼도 2018년부터 국내 생산을 멈췄다. 산업통계에서 기업체수가 감소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제조산업이 위축하는 것이다.

홍현균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중국이 규모를 키우고 각종 태양광 관련 제조업에서 단가를 낮추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직계열화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중소 규모의 기업은 단가경쟁에서 탈락하고 대규모 기업으로 재편되는 산업구조조정의 도중에 있는데, 전문가나 관련 산업계 종사자들 모두 이 구조조정이 얼마나 이어질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참가자는 폭증하고 있다. 2002년 10곳이던 전력시장 참가자는 2003년 민간 개방 직후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15곳이 뛰어들면서 25곳이 됐고 2019년에는 3천574곳까지 늘었다. 이와 함께 중국 주도의 설비가격 인하로 생산단가는 줄어들어 민간 참여자가 늘어난 것이다. 태양광만 놓고 보면 제조와 판매시장의 양상이 달리 나타났다고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 “공공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 시급”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민간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7월 2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을 조성하면서 그린뉴딜도 함께 띄웠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이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신재생에너지 제조산업이 구조조정이 들어간 상황에서 석탄화력 발전노동자의 노동전환을 제조산업에서 구하기도 어렵다. 전력시장 참여자들이 발전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마찬가지로 실현되기 쉽지 않다.

홍현균 전문연구원은 “발전노동자가 기존에 해 오던 일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풍력 관련 시공이나 감리를 하는 업체나 유지·보수·관리를 하는 사업체, 이를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업체 같은 업종 발생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야기하는 8만개 일자리 신규창출이나 기존 발전노동자 2만5천명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용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맞추는 것도 시급하지만 이를 민간자본의 유입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라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공기업인 발전 5사를 토대로 신재생에너지로 질서 있는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그린뉴딜 민간자본은 전력시장 참여 방식으로만 수익을 추구해 신재생에너지 제조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발전 5사를 중심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짜고 발전 5사가 국내 부품을 의무적으로 수급하게 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에너지 공공성과 고용유지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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