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이번 대선은 노동이 ‘실종’됐다고들 한다. 29일로 대통령선거가 10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부 대선후보를 제외하고는 노동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는 노동공약을 애써 비껴가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노동시장 유연화로 역주행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먹고사는 문제로 어느 때보다 일하는 국민은 힘겨워한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로 일자리 위협은 현실화하고 있으나 주류 대선판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거론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노동의 문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노동 있는’ 대선을 어떻게 만들지, 어떤 노동의제가 반영돼야 하는지 짚어 봤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사회를 맡고,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이 참여했다.

‘반노동 대 비노동’ 구도 속 노동 실종
후퇴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서 대선 시작 한계

사회 : 20대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가.

조돈문 :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에 실패한 것이 핵심이다. 만약 성공했다면 그 지점에서 대선의제가 만들어질 텐데, 그렇지 못했다. 노동정책이 경제정책의 하위함수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기능하게 한 틀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었다. 이것이 폐기되거나 실패했다는 평가다. 촛불(혁명 뒤라) 노동공약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다 보니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후퇴된 상태에서 대선을 시작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이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의 실종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문호 : 전반적으로 산업전환에 대한 메가트렌드 이슈가 노동의제를 만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산업전환이 되니 사업모델이 우선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면서 산업전환의 종속변수로 노동이 이야기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이 변화하는데 노동은 적응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그런 로직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노동의제가 들어가기 굉장히 힘들다. 노동이 먼저냐, 사업 잘 되는 게 먼저지 이런다. 한국판 뉴딜도 전부 다 사업모델이다. 독일의 노동4.0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2011년 독일 정부가 추진한 인더스트리4.0에 대해 2~3년 전부터 비판이 나왔다. 인간과 결합하지 않는 기술혁신은 사회발전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4.0이 고용노동부 주도로 개념이 나오고 공론화됐다. 노동의제가 상당히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이병훈 : 핵심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국민의힘이 ‘반노동’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비노동’이다. 이것이 현재까지 대선에서 노동이 드러나지 못한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시한 1호 공약인 ‘전환적 공정성장’은 ‘공정’을 전면에 부각하지만 여전히 ‘성장’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 박정희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장이나 경제에 노동이 동원되는 수단으로 취급됐다. 이재명 후보가 그러다 보니. ‘반노동 대 친노동’이 아니라 ‘반노동 대 비노동’ 대결구도 속에서 노동이 실종되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민생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생경제는 일자리와 노동인데, 여기서 찾지 않고 과거에 해 왔던 방식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모두가 잘사는 것처럼 말한다. (한국 사회는) 선진경제와 후진노동으로 대비된다. 노동에 대한 시대적 개혁과제를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게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을 때려잡자 또는 노동은 숨어 있으라는 구도가 노동 없는 대선판으로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유턴’ 아쉬움 커

사회 : 대선 노동의제를 논하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평가가 먼저인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부’를 앞세웠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조돈문 :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은 지금까지 보수 양당에서 나온 노동공약 중 최고다. 뭐가 문제인지 잘 짚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정책 대안을 냈던 것이다.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방향은 잘 잡았다. 다만 추진 내용에서 자회사 방식을 정규직 유형의 한 유형으로 잡은 것은 잘못했다. 또 민간부문에도 모범사용자로서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과가 더 컸다. 소득주도 성장 폐기 자체가 노동정책을 경제정책의 종속함수로 만들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서 (최저임금 등)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을 수 있게 노동정책을 설계할 수 있었는데 폐기해 버리니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정책이 하위범주로 돌아갔다. 이런 ‘노동정책 유턴’은 경제정책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이병훈 :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단축·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나중에 보면 과잉의욕으로 결국 궤도수정을 한 것들이 여러 문제를 낳았다. 하지만 지난 4년 노동시장 지표를 보면 산재 사망사고·근로시간·임금격차·고용의 질 등에서 개선된 것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촛불정부라면 노동문제에 다양성 못지않게 성과 기대치가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아쉬움을 낳은 가장 큰 원인은 실력과 인사라고 본다. 노동이슈는 모두 쟁점이슈다. 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진영을 짜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패키지로 임대료·수수료 등 대안을 준비하면서 하나씩 진전시켜 나가며 저항에 대비했어야 했다. 그저 펑펑 터뜨리고, (저항이 크니까) 나중에는 관료들에게 정책을 미뤘다. 그러다 보니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촛불정부 성과로 연결하기에 부족했고, 그것이 선거국면까지 연결된 것이다.

이문호 : 말씀대로 노동시장 지표가 있지만 성에 안 차는 것이다. 아직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바닥이니까.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안 풀렸다는 것이다. 현재 일어나는 문제들이 단순한 문제들이 아니다. 산업전환도 전부 연결돼 있어 복잡하다. 노사관계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주체들이 협의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노 갈등만 야기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그만두고, 결과가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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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본인 색깔 못 내고 눈치만 살펴
주 4일제 의미 있지만 대안과 같이 논의해야

사회 : 현재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 눈에 띄거나 유의미하다고 생각되는 공약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조돈문 : 대선후보들이 노동공약을 내놓은 게 거의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규제완화, 유연화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공약이 있는데 감춘다.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본인 색깔이 나오지를 않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에 대한 눈치, 더불어민주당 주류세력에 대한 눈치라고 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주 4일제와 최고임금법·전 국민 고용보험제·평등수당 등이 있다. 심 후보가 말하는 평등수당은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실시했던 공정수당이다. 그런데 (이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입도 뻥긋 안 한다. 심상정 후보의 주 4일제는 괜찮은 공약 같다. 친노동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고 관심도 많이 끌고 있는데, 정작 노동자들은 시큰둥하다. 왜 그럴까. 대통령이 될 것 같지 않고, 대선의제로 만들 수 있느냐를 두고 회의적으로 보는 듯하다.

사회 : 이번 대선에서 노동의제 중 가장 뜨고 있는 것이 주 4일제인 것 같다. 원래 다음 질문으로 하려던 것인데 자연스럽게 주 4일제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조돈문 : 아직은 공약으로 던지는 수준인데 정교함이 필요할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주 4일제가 만약 실현되면 모든 노동자가 주 4일제 적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직화된 정규직은 주 4일제가 가능하겠지만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우선 저임금 때문에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사측에서 주 4일제를 안 하겠다고 해도 그걸 하라고 요구하려면 노조라는 조직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주 4일제 공약을 이야기하려면 노동자 간 양극화 우려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도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노동공약을 내놓고, 그래야 판이 형성될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런 판이 안 만들어졌다.

이병훈 : 노동공약만 보면 심상정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은 아직까지 공식화하지 못했다. 경선 과정 중 드문드문 발언 형태로 나오긴 했다. 이재명 후보는 중간중간에 메시지나 행보로 보여줬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노동 화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소년공 인생 서사랑 연결시키며 노동을 크게 표로 결집시키는 모습을 보인 반면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비된다. 노동감수성은 분명 단발성 형태로 확인되지만 총체적인 문제인식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 노동이 누적적 문제, 적폐 문제인데 어떻게 바꾸겠다고 하는 국정철학·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메시지만 있을 뿐, 노동공약으로 묶어 발표한 게 없어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회 : 주 4일제에 대한 의견도 함께 말씀해 달라.

이병훈 : 근로시간 줄이기는 분명 노동과제다. 화두를 던지는 것은 노동 입장에서 적절하다. 모두가 같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누리는 방식으로 정책·제도를 만들도록 접근해야 한다. 실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접근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일을 줄이면서 일자리 나누기, 소득보전 등을 갖춰 나가고 이것이 준비되면 법정노동시간을 더 줄여 나가는 순서로 말이다. 주 4일제 형태로 이야기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보거나, 찬반 논쟁을 한다.

이문호 : 대선공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심상정 후보가 낸 주 4일제와 신노동법이다. 주 4일제를 두고는 산업별로 입장이 다르다. 간호사 같은 경우 서구에서도 주 2일, 주 3일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주 4일제가 가능하다. 제조업은 당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제도 죽겠는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한다. 전체 패러다임에서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산업전환을 그려 볼 필요가 있다. 자동화라든지 디지털화가 인간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일에 몰두하며 일자리를 기계에 맡기며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전체적인 그림 말이다. 임금보전과 노동시간단축, 디지털화·자동화를 같이 엮는 혁신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같이 원·하청 구조에서는 주 4일제가 들어온다고 해도 대기업만 가능하다. 대기업에서 발생한 비용이 하청기업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런 권력구조에서는 경제민주화와 연결되지 않으면 노동시간단축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논의 유의미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차기정부 과제

사회 : 이전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성 개념 확대와 정규직 전환이 제시됐다면,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를 포괄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주요 노동의제로 제기된다.

이병훈 : 법체계 문제에 여러 쟁점이 있고 논의가 필요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노동관계법에서 벗어난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자영업자까지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고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했고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같은) 법제화까지 논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중층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노동헌장이나 헌법 같은 것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임금노동 노동관계법을 얹고 취업형태별로 비어 있는 자리에 채워 가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적절하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은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관계법 적용이다. 차기 정부의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고 싶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못지않게 임금노동 안에서도 법 바깥에 배제된 사람을 끌어안는 내용이 대선 과정에서 공론화하고 차기정부 과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조돈문 : 일하는 사람을 세 집단으로 나눈다면, (양 극단에) 전형적인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있고 중간지대에 분명히 어떤 집단이 있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다. 그들에게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 다양한 고용형태가 만들어지는데 그때마다 특별법을 만들 수는 없다. 노동 3권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장해 주고, 근기법을 적용하는 문제는 좀 더 기준을 엄격하게 따질 필요는 있다. 그런데 근기법이라는 게 노동자 생존과 노동 최저기준을 설정한 건데 5명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가사노동자 등 예외조항을 너무 많이 두고 있다. 적절하지 않다.

이문호 : 성남시가 지난해 ‘일하는 시민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이것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 등 큰 시사점을 줄 것 같다. 새로운 노동형태는 사용자도 노동자도 없다. 희한한 형태다. 어떤 형태로 포괄할지가 고민이다. 서구에서는 투트랙으로 접근한다.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부분과, 그것이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한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근로기준법 대체가 아니라 보완적 성격의, 권리증진을 강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앞으로 상당히 의미 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정의로운 전환, 노동 참여 정책기조 절실
경사노위 독점 아닌 안팎서 사회적 대화 촉진해야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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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과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길목에서 일자리 위험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환을 제시하는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환의 시대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이병훈 : 정의로운 전환의 선진 모델이라고 한다면, 독일이다. 산업4.0과 노동4.0이 함께 추진됐다. 반면 우리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노동이 사실상 배제돼 있지 않나. 현 정부가 호기롭게 나섰다가 노동존중이 사라진 하나의 단면이다. 노동을 어떻게 다룰지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다. 노동을 중심에 위치시키는 게 맞고 정책형성 과정부터 노동이 참여하는 정책기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문호 :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과제가 될 거다. 양대 노총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개념을 같이 공유하고 있고, 적극적 참여 의사를 보인다. 일자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고무적으로 보는 건 금속노조가 맺은 산별협약(산업전환협약)이다. 고용안정 및 양질의 일자리 확보, 신기술 도입 관련 직무교육·훈련 등 노조가 내밀었던 이슈가 크다. 노동안전 및 인권보호, 기후위기 대응, 공정거래 등도 있다. 최초로 전환협약을 맺었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크다.

이를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느냐. 정의로운 전환은 참여와 민주적 설계를 같이해 나가는, 공동설계를 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회적 대화는 절대적이다. 금속노조에서도 산업전환협약 마지막에 ‘이의 실현을 위해 노사관계와 사업장을 넘어 중층적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앙과 지역 협의체를 만들자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과 사회적 대화는 직결된다.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조돈문 :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하나의 측면을 보면, 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많게는 220만명, 적게는 66만명이라고 한다. 앞으로 훨씬 확산할 수 있다. 산업 자체에서 내부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사용자 주체나 노동자성 문제가 있다.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은 기피하지만 사회적 대화에는 응한다. 본인들도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 아니겠나.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게 섹터카운슬, 부문협의체 같은 것이다. 산업발전과 함께 노사문제도 같이 다루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식으로 접근하는데, 이 문제야말로 진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이병훈 :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한국형 사회적 대화를 발전시키고, 노동존중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것까지 있었으나 지키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보다 개선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계층별위원회나 협의 절차를 뒀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제도적 개선 외에 실제 내용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반쪽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극복에 대해 민주노총이 제안했지만 정리가 안 된 채 빠져나갔다. 탄력근로제 추진 과정을 보면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수단으로만 본다. 노사정 모두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타협과 양보하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자기 필요와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겉돈다. 사회적 대화를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

조돈문 : 경사노위는 잘 만들었고 취지도 좋았다. 새로운 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정부가 자기 정책을 관철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고 노동시장 강자들은 자기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에 민주노총도 안 들어갔는데 노동시장 취약집단이라 하는 비정규직과 여성·청년 대표는 들어갔다. 그런데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합의한 걸 노사정 합의라 발표하고, 이에 반대하는 나머지 취약계층 대표들은 경질해 버렸다. 새로운 제도에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데, 구태의연했다.

이병훈 : 새 부대에 헌 술을 부어놓은 격이다.

이문호 : 사회적 대화 틀이 중앙집권적이다. 참여자들이 정치적 위상만 생각한다. 과잉정치화하는 부분이 있다. 실질적인 업종별·지역화로 가면 좋겠다. 참여라는 것은 참여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여가 곧 혼란으로 이어져 버린다.

이병훈 :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를 독점하고 있다. 무조건 나한테 와라, 하니 과거 방식의 독점처럼 비치거나 배제된 벽들이 생긴다. 다양한 이슈들을 꼭 경사노위에 들어가서만이 아니라 밖에서 여러 형태로 만들어 사회적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사노위 변화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 6대 노동의제 풀어야
“묻지 마 일자리 아닌 좋은 일자리 만들자”

사회 : 좋은 일자리, 노조할 권리, 사회안전망, 산재사망(중대재해) 감축, 정의로운 전환 등 새 정부 노동정책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공약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꼭 공약에 반영돼야 할 노동의제를 꼽는다면.

조돈문 : 좋은 일자리를 말하자면, 지금 나쁜 일자리인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에서 단체협약 적용 확대가 시급하다. 노조할 권리는, 노조법 2조 근로자 개념 정의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AB5법처럼 노동자라고 주장하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특별법 형태로 할 게 아니라 근기법과 노조법에 넣는 게 맞다. 사회안전망과 관련해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 방향이 맞다고 본다. 비정규직은 20%가 법적으로 배제된다. 나머지 의무가입 대상 중 절반만 가입돼 있다. 의무가입 대상이면서 가입되지 않은 임금노동자, 그중 압도적 다수인 비정규직을 즉각 가입시켜 보호해야 한다. 산재 문제는 실질적 작업중지권 보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인과관계 추정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문호 : 오늘 공부를 많이 한다.(하하)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만 말씀드리겠다. 일자리 개념이 지금까지는 ‘묻지 마 일자리’ 정책이었다. 양적으로 많이 생산하면 좋다. 울리히 베크라는 사회학자가 그랬다. 노사는 지난날 분배로 싸웠지만 일자리는 단합해서 묻지 마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게 기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에서는 묻지 마 일자리로 가면 안 된다. 통합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고용안정·임금안정 등 안정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관점, 환경적 관점도 통합되는 일자리여야 한다. 또 하나는, 교육훈련이다. 전환에서 훈련은 절대적이다. 자동차산업과 부품산업을 보면, 내연기관차쪽은 유휴인력이 많이 생기고, 소프트웨어·전기전환쪽은 전문인력을 찾지 못한다. 찾아도 금방 나간다. 몸값이 비싸져서 말이다. 그 갭을 못 좁히면 일자리가 줄어서가 아니라 미스매치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교육훈련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병훈 : 6대 노동의제가 필요하다. 노동자 생명안전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도로 정비되긴 했는데 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 목표로 사망사고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일자리 질 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차기 정부 5년간 생산가능인구도, 취업자도 줄어든다. 일자리를 만들어도 그것을 채우려면 외국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할지도 모른다. 청년층이 왜 안 가는지 살펴보고, 일자리 질을 끌어올리고 유지해야 한다. 인구구조와 관련해서는 여성·노인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조건을 같이 챙겨야 한다. 일자리가 더 이상 숫자 문제가 아닌 시대로 들어간다. 세 번째는 적정생활소득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 먹고살기가 어려운 하위 소득층이 여전히 상당히 많다. 이들의 소득을 어떻게 보전할지, 노동정책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어 노동법 사각지대를 바로잡아야 한다. 5명 미만 사업장이 왜 근기법뿐 아니라 대체공휴일에서 제외되나. 더불어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88% 사람들을 위한 집단적 권익대변도 요구된다. 단체협약 효력 확장, 권익대변기구 등 다양한 형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보험·산재보험 확대 조기안착을 추진하는 한편 상병수당·유급병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중 이어 가야 할 정책은
전 국민 고용보험·최저임금·상생형 지역일자리

사회 :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중 이행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것이 상당하다. 이 가운데 차기 정부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노동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조돈문 :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코로나19 상황 압박 때문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중장기 전략으로 제대로 안착하는 것은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과제다. 다른 하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다. 취지가 좋고 스타트도 좋았는데 자회사 방식이 흠이다. 이전 정부보다는 더 진일보한 게 간접고용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는데, 다음 정권에서 완료해야 한다.

이병훈 : 이번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똥통’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심상정 후보조차 이끌어 내지 못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이 많은 사람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정책수단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최저임금을 복원하는 식으로 풀어나갈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문호 : 상생형 지역일자리 정책도 살려 나가야 한다. 지역과 중소기업에서 소득이 증가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앙에서는 잘 모른다. 지역경제 주체 스스로 자기들이 가진 산업구조 잠재력은 뭔지, 어떤 부분을 혁신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며 풀어 나가면 산업전환을 지역에서 해결하고, 지역과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담겨 있는 맥락이나 정신이 있다. 지역 일자리와 연관되며 이어 나가면 좋겠다.

사회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청년층 일부의 반발이 심했다. 공정담론과 같이 가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조돈문 : 좋은 일자리를 누가 가져가느냐는 싸움이다. 노동시장에 나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의미다. OECD 어떤 나라보다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비정규직이 전체 피고용자의 절반 이상, 일자리의 절반 이상인 상황을 그대로 두면 청년들과 기존 일자리를 가진 세대와의 갈등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전제로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안전한 일자리로 만드는 정책적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상시·생명·안전 일자리인데 대다수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묶고 일부만 정규직 일자리로 갖고 가니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기들은 비정규직으로밖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갈등하게 된다.

대선에서 담아야 할 시대 정신은
취약노동자 비롯해 “노동이 행복한 사회”

사회 : 마지막 질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확대하면서 취약계층 고통과 세대갈등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는 일자리 국가보장, 돌봄 국가책임제, 공공의료 확대 같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내년 대선에서 함축할 시대정신이나 비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떤 대선이 돼야 하나.

이병훈 : 다음 정부에서 기대하는 기조로 ‘행복’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싶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행복한 일을 찾을 수 있게끔 행복이라는 화두를, 일하는 현장을 환하게 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노동행복이다.

이문호 : 좋다. 행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노동주권이 회복돼야 한다고 본다.

이병훈 : 노동시민권을 말하는지.

이문호 : 노동계에서 ‘시간주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시간주권을 넘어선 노동주권을 확립·보장하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노동자 참여라는 것이 노동주권과 연결된다. 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구상과 실행에서 분리된다. 우리가 빼앗긴 구상을 찾아와야 하는데, 주권을 살린다는 개념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것이 안 된다면, 결국 기술혁신이나 산업전환은 다시 이윤추구의 도구로 빠지며, 노동은 망가진다. 불안정노동이 나오는 게 노동이 이윤추구의 도구로 빠져 버리고 주권이 사라지니 그런 것이다. 노동이 행복하기 위해 ‘노동주권을 회복하자’는 구호를 이야기하고 싶다.

조돈문 : 행복 코드는 잘 잡은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라면, 가장 불행한 사람부터 행복권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헌법 10조에 행복추구권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장 불행한 노동자는,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6411로 상징되는 투명인간들이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는데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기본권과 헌법적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다. 지금 대선이 퇴행 또는 역주행 대선이라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반전시킬까. 반전의 준거는 뭘까. 헌법이 있다. 헌법 32조1항과 3항은 적정임금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노동, 33조는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것이 실현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복원해야 한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닌가. 이재명 후보부터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리=연윤정·임세웅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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