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한국지엠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10년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조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가 지급하기로 결정한 임금은 통상임금 소송 참여자들이 1차부터 5차에 걸쳐 임금을 청구한 전체 기간으로 2004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다. 반면 정작 소송에 참여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노조 인천지부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 TCK)지회 소속 사무직 노동자들은 소송 참여한 기간만 미지급 임금을 받는다.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차별적·보복적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GM TCK는 한국지엠이 2019년 분리한 법인으로 R&D부문 노동자가 모여 있다.

재정부담도 줄이고 노조도 압박하고, 양수겸장?

한국지엠 통상임금 논란은 올해 6월 일단락되는 듯했다. 대법원이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업적연봉과 조직·조사연구수당, 가족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14년 만에 판결을 내리면서다. 한국지엠은 해당 판결의 영향을 받는 1차·4차 소송 참여자에게 미지급 임금 지급을 완료했고, 지난달 2차·3차·5차 소송 참여자들 대다수도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한국지엠이 미지급 임금 지급 과정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하는 원칙을 세워 논란이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지엠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지엠·GM TCK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안내하고 온라인(구글폼)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이날 한국지엠은 미지급 임금을 이달 31일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동의서에는 “현재까지 발생한 법정수당(퇴직금 중간정산금 포함) 등 각종 임금을 포함해 회사로부터 지급받아야 하는 일체의 금품을 모두 지급받았음을 확인한다”는 내용과 “추가로 수령할 금품이 있는 경우라도 이를 모두 포기하고 민·형사, 행정상 소 제기 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 합의 내용이 담겼다. 소송 미제기자들은 대부분 임원·팀장 등 관리직이거나 인사·노무·재무 업무를 담당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던 비조합원 신분이다. 규모는 1천800여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통상임금 소송 제기자와의 차별이다. 한국지엠은 2014년 2월 뒤늦게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3차(2010년 1월~2014년 2월)·4차(2011년 1월~2014년 2월)·5차(2013년 3월~2014년 2월) 소 제기자들은 소송을 통해 주장한 청구기간에 한정해 미지급 임금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3차 소송 참여자는 1천745명으로 1·2차 소송 제기자를 합한 수보다 많다. 한국지엠이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노조 단결력을 약화하려는 조치로 보이는 배경이다.
 

 

“부당노동행위일 뿐만 아니라 배임죄 해당”

2006년 통상임금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던 차준녕씨는 “회사가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 6%의 이자까지 얹어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임금채권 시효가 소멸된 것까지 다 주려고 했다면 모든 소송 참여자들에게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과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노동자들 사이에 지급기간과 관련해 차별을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정당한 노조 활동에 참가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적·보복적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거로 올해 8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던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교섭대표노조인 삼성테크윈노조에 통상임금 부제소와 소송 취하, 노사화합 선언 동참을 전제로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했다. 삼성테크윈노조의 경우 노조 차원에서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조치는 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임금채권 변제를 거부해 회사 재산을 보존할 수 있었음에도 통상임금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준의 TCK지회 대외협력부장은 “소송을 한 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면서 조합원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금속노조와 소송 대리인과 함께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소송 청구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받지 않은 미지급 금액에 대한 민사소송과,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형사고소도 고민 중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