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사라진 일자리가 전 세계에서 2억6천만개(주 48시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자리를 회복하는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백신접종률에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을 14명이 접종하면 일자리 1개가 회복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3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이전에도 노동소득과 생산성 격차가 큰 문제가 됐는데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이 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는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인구구조 변화로 대표되는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가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피해 개발도상국 컸지만 부양책은 선진국에 집중”

‘전환 시대의 일의 세계 : 인간 중심의 접근’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이상헌 국장은 “코로나19 위기는 과거와 다르다”며 “노동시장 손실이 실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3분의 1 정도로, 실업률이나 실업수준만 놓고 ‘코비드(Covid) 노동시장’을 판단하면 전체 위기 규모를 오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노동시장 타격이 여성과 청년 같은 일부 그룹에 편중됐고,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간의 양극화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진국이나 후진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 손실 규모가 9~10%인데 경기부양책은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반면 노동시장 손실규모가 1% 수준인 선진국은 선제적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이 국장은 “고용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일 뿐,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 간 양극화 때문인데 이는 경기부양책의 규모와 백신접종률의 영향을 받는다. 그는 “부양책으로 국내총생산(GDP) 1%가 투자될 때 노동시장 손실은 3%가량 감소하고, 백신접종률이 10% 오르면 노동시간은 1.9% 증가한다”며 “전 세계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노조 조직률 13%대 진입 예상

양극화 극복하는 집단적 노사관계로

이날 세미나에서는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과 탄소중립 사회에서의 노동시장·노사관계 영향, 노동법의 역할, 사회보장과 노사관계 진로와 과제 등 폭넓은 주제들이 다뤄졌다. 오상봉 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고용은 업종과 직종에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고용 변화가 없는 업종이라 해도 업종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별로 산업 집적도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 간 불일치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본부장은 “지역과 업종·직종별로 아주 상이한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모두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대단히 중요하고, 특히 취약계층과 피해집단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으로 각광받는 재택근무의 미래는 어떨까. 노세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직원의 근무태만 우려가 컸지만 1년 이상 경험이 지속되면서 재택근무가 오히려 과중한 노동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에서 성과 증명에 대한 자기 압박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라고 진단했다. 그는 “재량을 바탕으로 하는 노동을 통한 성과 창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집단적 노사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조 조합원이 250만명을 넘어 올해는 조직률이 13%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프랑스나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호주나 독일, 일본과 견줘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조직률을 비롯한 노사관계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소득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임금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가 양극화와 고용시스템 위기 요인”이라며 “임금평준화 전략을 통해 포용과 통합의 고용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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