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규모가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8.4%로 높아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157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을 넘어 장기화하면서 노동시장이 비전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양극화 속도도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새 비정규직 54만6천명 늘어
비정규직 비중 역대 최대 규모

26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는 2천99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44만6천명)보다 54만6천명 증가했다. 이 기간 742만6천명이던 비정규직은 806만6천명으로 64만명 늘었다. 비정규직이 8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8.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정규직은 1년 새 9만4천명 줄어들어 1천292만7천명(61.6%)을 기록했다. 정규직 비율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비정규직은 한시적 근로자(517만1천명)가 56만4천명 늘었고 시간제 근로자(351만2천명)는 26만명, 비전형 근로자(227만8천명)는 20만5천명 증가했다.

비정규직 가운데 60세 이상은 240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29.8%로 가장 많다. 50대 20.7%(166만7천명), 40대 17.6%(141만9천명) 20대 17.5%(141만4천명), 30대 12.6%(101만6천명)으로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은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늘었다.

특히 비정규직의 55.7%는 여성으로 지난해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여성 비정규직은 449만1천명으로 전년 대비 40만명 증가했다. 남성 비정규직은 절반 수준인 24만1천명이 늘어 357만5천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2만8천명이 증가했다. 전체 비정규직의 16.8%가 이 분야에서 일한다. 교육서비스업(8만5천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6만6천명)은 증가한 반면 공공행정 일자리에서는 2만2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비정규직문제 외면한 정부
비정규직 임금 5만8천원 오를 때
정규직 임금 10만2천원 올라

규모가 급증한 비정규직은 일자리 질 측면에서도 노동시장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올해 6~8월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8천원(3.4%) 증가한 176만9천원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0만2천원(3.2%) 올라 333만6천원으로 조사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차이는 156만7천원으로, 지난해 152만3천원보다 4만4천원(2.9%) 더 커졌다. 임금격차가 커진 데는 비정규직의 상여금 수혜율 하락과 관련이 있다. 상여금을 받은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보다 1.9%포인트 줄어든 35.7%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전년 대비 6.5%포인트 늘어난 52.6%를 기록했다. 올해 7월부터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포인트 높아진 50.3%, 국민연금 가입률은 0.6%포인트 상승한 38.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와 격차 확대가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코로나19가 고임금 정규직 사업장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중숙련·저임금 노동자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며 “기존의 불평등한 노동시장에 코로나19가 촉매제 역할을 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하고 그 피해가 여성·청년·고령 노동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실패에서 야기된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집중된 공공기관의 경우 비정규직 규모와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저임금 논쟁이 벌어진 뒤에는 민간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사실상 손을 놓아 버렸다”며 “비정규직 정책 로드맵이 집권 초기에 중단되면서 예견된 결과가 빚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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