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2013년 7월 대한문 앞에 설치된 화단 앞에 경비를 서며 쌍용차 관련 집회를 차단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 중구청이 2013년 서울 대한문 앞에 집회 차단 용도로 설치한 화단 인근에서 예정됐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집회를 금지한 경찰 행위에 대해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다만 민변이 집회 주최자가 아니라며 경찰이 손해를 배상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민변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013년 3월 대한문 앞에 숨진 해고 노동자 분향소와 농성장을 설치했다. 이후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서울 중구청은 사고를 막기 위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대규모 화단을 설치했다. 경찰이 교통질서 유지를 이유로 화단 앞 집회를 금지하자 민변은 같은해 7월 화단 설치를 규탄하기 위해 집회신고했지만 경찰은 금지했다.

이에 민변이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 결정을 받았는데도 경찰은 집회 진행을 두 차례 막았다. 이 과정에서 민변과 경찰 사이 충돌이 발생해 당시 민변 노동위원장이었던 권영국 변호사가 체포되기도 했다. 민변은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1천3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화단 앞 집회를 금지한 것은 위법한 경찰력의 행사”라며 국가가 민변에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경찰의 행위가 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민변 ‘단체’를 집회 주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집회에 참가한 민변 소속 변호사는 10여명으로 전체 회원의 1%에 불과하고 대부분 노동위원회 소속”이라며 “민변이 독자적인 지위에서 주최자로서 집회의 자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민변의 상고를 기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경찰의 위법행위를 인정해 내용상 승소한 판결이라고 본다”며 “다만 법원이 노동위라는 민변의 내부기구를 당사자적격이라고 판단한 점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하경 민변 변호사도 “법적으로 노동위는 민변의 내부 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변 이름으로 신고하는 것이 타당한데, 법원이 당사자적격을 잘못 판단한 듯하다”며 “당시 집회 상황을 보더라도 노동위 소속보다 일반 회원들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각급심이 공통으로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불법으로 인정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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