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6도19464 판결



1. 사실관계와 쟁점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013년 7월11일 민변 노동위 명의로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화단설치 규탄 및 위법한 경찰권 남용으로 집회금지 구역이 돼 버린 화단 앞과 옆 장소에서의 집회의 자유 확인을 위한 집회’를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 화단 앞에서 개최하겠다는 신고를 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다음날 “집회는 화단 앞(광화문 방향 인도)이 아닌 대한문 정문쪽(화단 우측) 인도에서 개최돼야 한다”고 교통질서 유지조건을 통보했다가 같은달 22일 옥외집회제한 통보처분의 효력정지를 인용하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선고됐다. 이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틀 뒤인 7월24일 집회 시작 직전 집회신고 공간과 화단 사이에 노란색 플라스틱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을 유인 질서유지선이라는 형태로 배치했다.

민변 노동위원장은 같은날 위 화단 앞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민변 소속 변호사 등과 함께 집회신고 장소 내 질서유지선 설치 및 경찰관 배치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경찰에게 수차례 집회신고 장소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에 불응했다. 이에 참가자들과 함께 집회 장소 내에 설치된 노란색 플라스틱으로 된 무인 질서유지선을 치우고 그 뒤에 서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을 집회신고 장소 밖으로 나가도록 밀쳤다. 그해 7월25일과 8월21일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민변 노동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특수공무집행방해죄·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질서유지선 침해, 집회주최자로서 질서문란 및 신고 범위 일탈 행위) 등 죄명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집시법상 질서유지선 설치요건, 경찰관 배치를 유인 질서유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집시법 19조 경찰관의 집회·시위 장소 출입규정 해석, 집시법상 질서유지선 침해죄 성립요건 등이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첫째, 질서유지선 설정에 관한 집시법과 집시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에 비춰 볼 때 집시법에서 정한 질서유지선은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집시법 시행령 13조1항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집회 또는 시위가 이뤄지는 장소 외곽의 경계지역뿐만 아니라 집회 또는 시위 장소 안에도 설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나, 이러한 경우에도 그 질서유지선은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돼야 하고, 질서유지선이 위 범위를 벗어나 설정됐다면 이는 집시법 13조1항에 위반돼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둘째,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의 정의 및 질서유지선의 침범 등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춰 보면 질서유지선은 띠·방책·차선 등과 같이 경계표지로 기능할 수 있는 물건 또는 도로교통법상 안전표지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경찰관들이 집회 또는 시위가 이뤄지는 장소의 외곽이나 그 장소 안에서 줄지어 서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질서유지선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집시법에서 정한 질서유지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셋째, 집시법 19조1항은 “경찰관은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에게 알리고 그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정복을 입고 출입할 수 있다. 다만 옥내집회 장소에 출입하는 것은 직무집행을 위해 긴급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9조2항은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 질서유지인 또는 장소관리자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집시법 19조가 옥외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 출입 요건으로 주최자에 대한 고지, 정복 착용만을 정하고 있지만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 안녕·질서의 조화라는 집시법 입법목적 등에 비춰 보면 질서유지선 설정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옥외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 출입 역시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넷째, 집시법 24조3호의 질서유지선 효용침해로 인한 집시법 위반죄는 그 대상인 집시법 2조5호에 해당하는 질서유지선이 집시법 13조에 따라 적법하게 설정된 경우에 한해 성립하고, 위법하게 설정된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위 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판단을 근거로 이 사건 각 집회장소 내 화단 앞 질서유지선이 집회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경찰관들이 미리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에 진입해 머물면서 그 일부를 점유한 것은 집시법상 질서유지선 설정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찰관 배치는 집회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경찰의 직무집행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적법하다고 볼 수도 없고, 이 사건 질서유지선은 적법하지 않으므로 질서유지선 효용침해로 인한 집시법 위반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의 의미와 질서유지선 설정요건, 질서유지선 효용침해로 인한 집시법 위반죄 성립요건, 집시법 19조 요건 등에 대해서는 종래 분명한 대법원 판례가 없었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질서유지선을 집회 또는 시위가 이뤄지는 장소 외곽의 경계지역뿐만 아니라 집회 또는 시위 장소 안에도 설정할 수 있다고 봤으나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 질서유지선 설정이 위법했다고 판단함으로써 경찰의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질서유지선 설정과 이로 인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도 있다.

한편 대상판결이 질서유지선을 집회 또는 시위 장소 안에도 설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후 집회 장소 내 설정된 질서유지선이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됐는지 다툼이 될 수 있다. 질서유지선 설정의 필요성·최소성은 헌법상 집회 자유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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