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극우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자 고 김주중씨 분향소를 둘러싼 채 항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의 과격한 방해행위로 쌍용자동차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다치고 있다.

4일 쌍용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20분께 마스크를 쓴 여성 1명을 포함한 신원미상자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찾아와 조문하던 시민 김아무개씨를 자리에서 끌어내고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상을 당한 김씨는 현장에서 구급차에 실려 갔다.

가해자는 보수단체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으로 추정된다. 태극기운동본부는 전날부터 분향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는 3일 정오께 분향소를 설치했다. 지난달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주중(48) 조합원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태극기운동본부는 분향소가 세워지는 순간 의자와 물병을 집어던졌다. 분향을 하던 시민들에게는 욕설을 내뱉었다. 인근에서 14시간 동안 군가를 크게 틀었다.

같은날 오후 3시쯤 태극기운동본부 회원 100여명이 분향소를 에워쌌다. 자신들의 천막을 든 채 분향소를 향해 돌진했다. 태국기운동본부는 “이 자리는 우리가 예전부터 집회를 하던 곳”이라며 “민주노총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단아 전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 허리를 다쳐 응급실에 후송됐다. 경찰은 태극기운동본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후 8시 분향소 출입문을 통제했다. 오후 11시20분께 태극기운동본부 회원들이 빈곤단체 여성활동가를 손톱으로 할퀴고, 눈을 찌르는 행패를 부렸다. 피해자는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범대위는 4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보수단체 행동을 방관하는 경찰에 항의했다. 오후에는 대한문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밤새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과 욕설을 들으며 같은 한국에 사는 국민인가 싶었지만 좀 더 인내하고 대화해서 이 문제를 극복해 보자며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오늘 왔다 가더라도 다시 이곳을 찾아 주시면 저희가 뜻한 바를 승리로 만들어 평택으로, 공장으로 돌아가 10년 고통받은 정리해고의 문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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