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문재인 대통령 인천공항 방문 4년에 부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찾은 곳은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공항 안 노동자 84.2%가 비정규직인 기형적인 노동구조를 바꾸겠다고 약속하자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향해 가는 첫발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의 성과는 적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결정을 끝으로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했다고 알렸다. 정부가 전체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으로 정한 20만5천명 중 18만5천명(지난해 6월 기준)도 전환을 완료했다. 그런데 전환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인천공항공사가 막판에 직접고용 결정을 했던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은 여전히 자회사 소속이다. 이들처럼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이 여전히 대기줄에 서 있고, 특히 자회사 전환 노동자는 처우가 용역업체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호소한다. 민간위탁기관 자율에 맡겨진 3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는 지금도 다수가 용역업체 소속이다. ‘인천공항사태’를 거치면서 정규직화 정책을 향해 얼어붙은 여론은 또 다른 해결 과제다.

<매일노동뉴스>가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4년을 맞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점검해 봤다.

정규직 전환 4명 중 3명은 직접고용?
“할 수 있는 곳은 최대한 자회사 전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수치로만 보면 ‘성공적’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의 실적을 보면 2017년 6월 추산한 공공부문 기간제, 파견·용역 노동자(41만5천602명)의 절반 가까이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한 꺼풀 열고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애초 자회사 설립이 불가능한 중앙부처·자치단체·교육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소속 전환 노동자 7만1천731명을 보면 10명 중 7명(65.4%)은 자회사 노동자였다.

노동계는 공공기관 자회사를 두고 ‘용역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가 단적인 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사는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에 합의했고, 정부는 이를 자회사 전환 모범사례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는 정부 예산편성지침을 이유로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인천공항 시설관리·유지보수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인천공항시설관리㈜로 전환됐지만, 사측은 역시 기획재정부가 예산편성지침에서 제시한 임금인상률만을 고수하면서 노동자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아직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예산편성지침을 적용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지회 입장이다.

고대호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시설통합지회 부지회장은 “신규채용된 신입 임금이 최저임금을 간신히 상회하는 세전 월 185만원 수준으로 3개월도 안 돼 퇴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게 우리가 바라던 정규직 전환이냐”고 되물었다. 고대호 부지회장은 “용역업체 시절처럼 낙찰률 88%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며 “정해진 재원으로 임금인상, 제도개선을 하려다 보니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나 몰라라,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논의 참여 못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상 1단계 전환 대상자지만 한국가스공사 비정규 노동자 1천여명은 아직 전환이 완료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자회사안을 고집하면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조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근 노조는 자회사 전환 후에도 처우가 하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사가 약속한다면, 자회사안을 일부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는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위탁 사무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전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사실상 기관 자율에 정규직 전환 결정을 맡겨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원청과 정규직화 논의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성 발전비정규노조대표자회의 간사는 “1단계 전환 대상으로 선정된 연료·환경설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상정비 노동자는 연료·환경설비 노동자와 함께 소속돼 일하지만 민간업체·소액주주 반발 등을 이유로 3단계 전환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비판했다. 연료·환경설비 노동자는 한국전력과 발전 5사가 자유총연맹이 가진 한전사업개발 지분을 매입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직접고용하려 했지만, 지분 매입 절차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10월 고객센터 민간위탁사무 심층논의 협의기구를 구성했지만, 당사자인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협의기구는 명확한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정규직화 논의를 위한 대화를 공단에 요구하고 있다. 기관의 선한 의지에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이 달려 있는 것이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남은 임기 1년, 과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정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대희 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와 염려를 정책적으로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숙련노동자를 보호하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탈락자 문제에 대한 대책도 미리 수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의 직접고용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기존 용역회사에서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 소속으로 전환했지만 이후 청원경찰로 직접고용되지 못한 상태다. 김대희 위원장은 “소방대쪽 공개경쟁채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한 뒤 공사는 유사한 문제가 반복할 수 있다며 논의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보안검색 노동자는 10년 넘게 일하면서 공항 서비스평가 1위 달성에 기여하고 노력했는데, 언론은 왜곡된 보도를 쏟아 내고 노동자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상황도 발생해 아픔이 크다”고 토로했다.

보안검색 노동자에 앞서 이미 공개경쟁채용을 한 소방대는 쑥대밭이 됐다. 한명석 인천일반노조 인천국제공항공사소방대분회장은 “공개경쟁채용을 하면서 전체 소방대 인원의 22%가 전환에 탈락해 직업을 잃었다”며 “노동위원회가 이들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결정했는데도 자회사는 여전히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는데 기관(공사)이 이를 제대로 않으면서 되레 비정규직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며 “공개경쟁채용을 통과해 자회사에 직접고용된 소방대 노동자도 자회사 시절보다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강예슬·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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