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자회사 정책성과 토론회’가 12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대면으로 열렸다. <토론회 영상 갈무리>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이뤄진 자회사 방식 대책은 이후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까. 외부 전문가 평가 결과 자회사를 안정적·독립적·전문적으로 운영되도록 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도모하겠다던 정부 계획은 시행 첫해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은 첫해라는 점을 고려해도 자회사 안정성 확보·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부문에서 성과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위 “안정성·노사관계 낙제점”

한국노동연구원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자회사 정책성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해 온라인으로 열렸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하나로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을 2018년 12월 발표했다. 모델안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을 내놓았는데, 자회사 운영실태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토론회는 개선대책에 따라 이뤄진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다. 10명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위원회(위원장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자회사 방식을 택한, 원청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72곳(자회사 80곳)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수의계약 개선, 노사 간 협력관계 구축 및 경영 투명성 확보 같은 11개 평가지표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평가했다.

평가 결과 자회사 지속가능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관이나 법령을 통해 자회사 설립·위탁 근거를 마련한 기관은 47곳이었는데, 그중에서 16곳만이 구체적으로 업무위탁 내용을 명시했다. 그 밖의 25곳은 아무런 근거 없이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계약 낙찰률을 살펴봤더니 48곳은 예정가격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업체에 적용하던 낙찰률보다 상향해 적용했다. 그런데 24곳은 기존 낙찰률을 유지했다. 용역업체 때와 다를 바 없는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인사·노무 부문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72곳 중 모자회사 공동협의회를 설치한 곳은 27곳에 불과했다. 45곳은 공동협의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노사협의회 설치는 법적 의무사항인데도 7곳에서 운영하지 않고 있다. 45곳은 경영정보를 공시했지만 27곳은 그러지 않았다. 노동이사제 도입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단체협약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도입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한 곳은 다섯 곳이다. 합리적인 이유에서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하는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를 도입한 곳은 29곳이었고, 42곳은 도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합리적 임금·승진체계를 구비한다는 명목으로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데 자회사는 사실상 직무급을 강제했다. 61곳이 직무급을 도입했고, 11곳만이 연공급을 적용했다.

노동계 “자회사 실상은 용역업체”

이 같은 평가결과를 토대로 평가위는 자회사평가 점수를 평균 50.4점으로 매겼다. 최고 점수를 받은 기관은 73.2점, 최저는 18.5점이었다. 권순원 위원장은 “평가점수에 절대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이 평가는 계속 이뤄지는 데다 각 기관이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가정하에 현재 상태를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회사 전환 후 고용안정과 일부 근로조건 개선이 있었으나 자회사 독립성·사업성 및 지속가능성 부재에 따른 처우개선 한계가 문제로 지적된다”며 “노동부는 자회사 설립 근거 등을 정비하고 계약 제도 및 관행 혁신을 통해 노동자 처우와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계는 평가 결과 전반을 불신했다. 이상훈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자회사는 낙하산 인사를 위해 정부가 만든 합법적 용역회사이고, 현장과 소통도 전혀 없이 실제 용역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현장에 적합한 임금체계는 직무급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이번 평가에서 노동자 처우가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인력충원 문제는 어떠한지, 위험업무 2인1조 근무 여부 등은 어떤 상황인지 등 실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식을 택한 정부 정책 자체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이 평가에서도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한편 노동부는 인사노무 부문 개선 등 평가위 권고사항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공공기관 대상 컨설팅을 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