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 직접고용을 합의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론을 핑계로 슬그머니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과정을 묻자 “해외 선진 공항과 같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자회사 모델’ 등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련 노동단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상황 및 국민여론 악화 등을 감안한다”는 이유를 댔다. 사실상 직접고용 합의를 철회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관련 절차를 마칠 때까지 보안경비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현 인천국제공항보안)에 편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직접고용 절차가 지연했다. 이후 논의는 발을 떼지 못했고 올해 2월 취임한 김경욱 공사 사장은 “여론 부담”을 핑계로 직접고용 논의를 아예 미뤄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검토안을 슬그머니 내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들은 금시초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대희 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공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현재처럼 원청과 자회사가 도급형태 계약을 유지한다면 갑을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공항보안검색운영노조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서비스노조 관계자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공사 정규직으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어떤 의미로 그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보안검색 정규직 전환 논의에 관해 “공식적인 협의기구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간단한 면담형태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환에 관한 구체적인 방식이나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사가 “노조를 패싱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사가 노조가 아니라 개별 조합원을 상대로 자회사안을 설득하고 다닌다는 주장이다. 복수의 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개별 조합원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자회사를 하나 더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보안검색 노동자는 공사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에 임시 편제돼 있는 상태다.

공사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자회사 모델’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과 현장 노동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사가 새로운 형태 자회사를 염두해 두고 있다는 이야기에 무게추가 실린다.

현재 자회사를 향한 온도차는 3개 노조가 각각 다르다. 1천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보안검색노조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와 인천공항 보안검색운영노조는 자회사안에 수용적인 입장이다.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조합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 방문한 이후 입사한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전환 중 탈락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던 공사가 또다시 자회사행으로 입장을 바꿀 경우 노동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천902명의 직접고용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 9천785명 중 직접고용이 완료된 인원은 2%(233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강예슬·이재·정소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