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화학섬유연맹, 직업성·환경성암119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운동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근 몇 년 새 암으로 휴직하거나 퇴사하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이야기를 주변에서 보거나 듣고 있습니다.”

16년차 학교 급식실 노동자 박화자씨가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화상이나 베임 사고, 근골격계질환 같은 산재 사고·질환만 당하거나 걸리는 줄 알았는데, 암도 산재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며 한 이야기다. 박씨는 튀김 음식을 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이나, 청소를 할 때 쓰는 약품에 들어 있는 수산화나트륨을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암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실제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200도가 넘는 튀김솥 앞에 서서 튀김을 할 때면 기름 냄새에 목 아픔이나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도 산재”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업 중 사고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간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암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직업성 암 환자 비율은 0.06% 수준으로 국제 평균에 비해 매우 낮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하는 매년 신규발생 암 환자 중 직업성 암 환자 비율은 4% 정도다. 안전보건단체들은 “숨겨진 직업성 암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플랜트건설·학교비정규직도 “집단산재 신청하겠다”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한 달 동안 조직별로 직업성 암환자 찾기운동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퇴직자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100여명의 직업성암 환자를 찾아 다음달 26일 집단으로 산재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보건의료노조, 플랜트건설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화학섬유연맹, 직업성·환경성암환자찾기119가 주최했다.

직업성암119를 비롯한 단체들은 지난해 말께와 올해 초에도 포스코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일하다 질환에 걸렸다며 집단 산재보상을 신청했다. 지난 25일 안전보건공단은 포스코와 그 협력업체를 포함한 철강 제조업을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각 직종별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을 산재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각종 의료행위·심야노동에 의해 혈액암과 유방암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태진 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은 “보건의료 노동자 상당수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불규칙한 교번제 노동을 하고 있고 산화 에틸렌 가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리 방사선을 취급하는 직종도 다수 있다”며 “지부별 암환자 찾기 실태조사를 하고 업무 특성과 사업장 현황을 파악해 산재신청을 연계하는 등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플라스틱 제조 작업 노동자들은 고무·타이어·튜브공장에서 접착제를 사용하다 혈액암에 걸리거나 플라스틱·섬유공장에서 원료·합성작업을 하다 폐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포스코 집단 역학조사 대상에 플랜트건설 노동자도 포함해야”

포스코의 집단 역학조사 대상과 과정을 문제 삼는 발언도 나왔다. 이상원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이번에 포스코에서 작업환경실태를 조사한다는데 그 대상에 우리 전문직 건설 노동자들이 빠져 있다”며 “지금이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용접·보온·도장 과정에서 폐암·혈액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집행위원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 참여가 배제돼 있어 아쉽다”며 “외부 전문가의 참여 없이 자체 전문가만 활동하도록 해 결과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직업성 암뿐만 아니라 환경성 암 발병 가능성도 높다. 금강농산이 비료를 만들기 위해 KT&G에서 사들인 ‘연초박’이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집단발병을 유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재철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정말 살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었지만 공장이 들어선 뒤 암환자가 다달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특별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직업성암119는 상반기에 직업성 암환자 찾기에 집중하고 하반기엔 제철소와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포항·광양·울산·여수·서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성 암환자 찾기 사업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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