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 동안 새벽근무를 했던 장덕준(사망 당시 27세)씨가 지난해 10월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따르면 그는 사망 전 1주간 62시간 넘게 일했다. 쿠팡에서 심야노동을 하면서 그의 몸무게는 15킬로그램이나 줄었다. 과중한 업무로 근육이 파괴되는 ‘근육기능 장애’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심야노동과 과로로 목숨을 잃은 쿠팡노동자는 장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1년 새 쿠팡에서 발생한 과로사 9건 중 7건이 야간노동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청 30곳, 하청 21곳 점검
27곳에서 83건 법 위반 적발

고용노동부가 야간노동 사업장 51곳을 근로감독 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부는 24일 야간근로 사업장 근로감독·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 물류센터 같은 운수·창고업과 고객의 장바구니를 새벽에 현관문 앞으로 갖다 주는 유통업 그리고 주야맞교대 등 심야노동을 지속하고 있는 제조업이 대상이다. 3개 업종의 원청 30곳과 하청 21곳을 살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야간작업에 따른 특수건강진단 수검 노동자수와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근로감독 결과 51곳 중 27곳에서 8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특수건강진단 미실시다. 6개월간 새벽(0~5시) 시간을 포함한 하루 8시간 작업을 월평균 네 번 이상 수행하거나 6개월간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 작업이 월평균 60시간 이상 수행할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특히 유통업과 운수·창고업에서 일용직 노동자에게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는 사례를 문제 삼았다. 일용직으로 매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사실상 6개월 이상 상용직처럼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규정에 따라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동안 단기 일용직을 대거 고용해 물류센터, 새벽배송, 택배업 등을 영위해 온 쿠팡·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앞으로 야간노동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노동부는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또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15곳을 적발해 과태료 4천900만원을 부과하고 수면장애 등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운수·창고업 45%, 유통업 70.2%는 야간노동만 전담

이번 감독은 산업안전보건과 근로기준을 모두 살폈다. 특히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운수·창고업의 경우 11시간 연속해 휴식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6개 사업장이 적발됐다. 여섯 곳은 일부 노동자에게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를 시켜 시정지시를 받았다.

노동부는 감독 대상 51개 사업장 8천58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야간노동 형태는 교대근무가 65%, 야간노동 전담이 35%로 나타났는데 유통업의 경우 70.2%가 야간노동만 하는 노동자로 집계됐다. 운수·창고업도 45.1%가 야간노동 전담 형태로 일했다. 야간노동을 하는 이유는 55.8%가 '수당 등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노동부는 뇌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노동자에 정밀검사가 포함된 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심층건강진단 지원사업’을 벌인다. 검진비용의 80%(19만4천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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