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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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재계에 선물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조치가 다음달 6일 시행된다. 근로자대표제 개선 없이 노동시간 유연화가 이뤄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다음달 6일 시행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2019년 2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안착을 목표로 제도개편에 합의하면서 개정이 추진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을 논의하면서 이 내용을 한 묶음으로 처리했다. 경사노위 합의에는 없었지만 재계가 요구했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조치가 더해졌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다음달 6일부터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는 사업주는 특정 주에 최대 64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추가 연장근로 12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데, 법 개정에 따라 6개월 연속 매주 64시간까지도 일하게 할 수 있다. 다만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장시간 노동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주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을 과로사를 조장하거나 외면하는 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과로사로 불리는 뇌심혈관계질환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거나, 발병 전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면 산재로 인정된다.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일 경우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개월로 확대한 조치는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선택근로제를 적용하면 정산기간의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지만 않으면 무제한 노동을 시킬 수 있다. 노동부는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를 “재료, 제품, 생산·제조공정 등의 개발 또는 기술적 개선 등을 말하며, 제조업에서의 실물제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게임, 금융상품 등 무형의 제품 연구개발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적용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주 52시간제를 회피하는 형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을 정도로 사용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양대 노총은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노동시간단축을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대표제 개선 없이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현행 노동법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합의 주체인 근로자대표의 선출절차와 권한 등을 명시한 규정이 없다. 사용자가 입맛에 맞는 이를 근로자대표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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