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심의를 거듭할수록 후퇴하고 있다. 여야는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이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심의하면서 법 적용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위원장인 백혜련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5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의원 간 갑론을박을 하다가 정부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260만개 사업장 중 5명 미만은 190만개다. 전체 사업장의 72.7%(2018년 기준)는 법이 제정돼도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산업재해는 5명 미만 사업장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2018년 기준 전체 산업재해자 10만2천305명 가운데 31.8%(3만2천568명), 산재 사망자(2천142명) 중 22.4%(479명)가 5명 미만 사업장에 발생했다. 사업장이 영세할수록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하고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가 더 위험한 업무로 내몰리고 있는 구조 탓이다. 5명 미만 사업장 적용이 제외될 경우 이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처벌조항의 경우 전체 사업장에 적용하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5명 미만 사업장을 뺀다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차별하는 법이 될 것”이라며 “5명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는 것은 생명·안전에도 귀천이 있고 차별을 두겠다는 의미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또 있다. 5명 미만 하청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숨져도 적용이 제외되기 때문에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을 유예하는 경우에는 하청 사업장의 중대재해에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아예 법 적용을 제외하면 원·하청을 공동정범으로 보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중대시민재해 적용범위도 대폭 축소했다. 백 위원장은 “공중이용시설 정의 규정의 단서조항으로 소상공인과 학교를 제외하기로 했다”며 “학교의 경우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이 올해 시행되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여 뺐다”고 밝혔다. 상시근로자 10명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빠지고 음식점·노래방·PC방·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이 1천제곱미터 미만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면적이 1천제곱미터 이상인 다중이용업소는 2.51%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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