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난 10일과 11일 잇따라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은 50명 미만 사업장 법 적용을 3년 유예했다.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죽음을 차별한다”며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광주 평동산단의 C업체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졌다. 재생플라스틱원료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 상시노동자는 5명이다. C업체에서 일하던 장아무개(51)씨는 이날 작업도중 오후 12시42분께 플라스틱 재생 기계에 오른 팔이 빨려 들어가면서 목숨을 잃었다. 광산경찰서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한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물류설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오후 7시55분께 여수시 낙포동 여수국가산단의 유연탄 저장업체인 금호티앤엘 하청업체 성호엔지니어링 소속 노동자 A(33)씨는 금호티앤엘에서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작업 도중 하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소방당국에 의해 밤 10시30분께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시간여 뒤인 밤 11시40분께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A씨는 동료 1명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료는 사고를 목격한 뒤 사측에 알렸고, 사측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티앤엘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로 창고·운송 관련 서비스업을 하는 업체다. 상시노동자는 43명이고 하청업체 성호엔지니어링은 상시노동자가 8명이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은 컨베이어 정비·점검 작업에 대해 부분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두 사고 모두 5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3년 유예한 국회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8.8%를 차지한다. 사고사망자의 80%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나온다. 산재 피해 유가족은 3년간 법 적용을 지연해 중대재해를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목숨을 잃은 장씨와 A씨는 각각 5명, 8명 사업장에서 일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5명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기 쉬운 구조다.

특히 A씨와 관련해 노동계는 “이번 사고는 고 김용균씨의 죽음과 꼭 닮았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고 김용균씨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컨베이어켈트에 끼여 24세 나이로 숨졌다. 민주노총 전남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 사업장 업무 구조를 보면 라인(컨베이어벨트 생산) 작업자는 정규직이고 정비 작업자는 하청노동자였다”며 “업무가 원·하청으로 나뉘어지면 생산 작업자들과 정비 작업자들이 소통이 잘 안 돼 실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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