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관계가 법률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에 법이 강자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루 평균 산업재해 사망자는 6명이고 그중에서도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는 사고 사망자만 2.34명으로 현실은 심각하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처벌 통계를 보면 실형선고 비율은 2.93%이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 등인데, 그 벌금액조차도 평균 5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렇게 강자에게 약한 현실을 깨고 법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경영자단체나 일부 국회의원은 이 법으로 인해서 마치 새로운 처벌조항이 생기는 것처럼 말한다. 공무원에게 지나친 책임을 묻게 되면 소극행정이 예상된다고 한다. 또 소규모 사업장처럼 법을 지킬 역량이 부족한 곳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도 말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은 처벌할 필요성이 보이는 사건이라면 형법전에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이용해서 주의의무 위반을 광범위하게 포착하고, 새로운 법리를 개발해서라도 수사와 기소를 해 왔다. 그렇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의 개별조항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또는 피해자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라는 포괄조항을 이용해 기소와 처벌이 이뤄져 왔다. 그 전제에는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업을 수행하며 발생하는 위험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성수대교 붕괴사건에서 검찰은 관련 공무원이 평소에 점검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과실이 사고 발생에 기여했다고 봐 공무원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여론의 주목이 떨어지는 사건이라면 이렇게까지 공무원의 과실을 물어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다. 공무원이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서 업무를 봤다면 처벌될 일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공무원에게 이 법이 부여하고 있는 성실의무의 내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행법상으로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중간관리자가 없으므로 대표이사가 처벌받는다. 이 법으로 인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대표이사가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 새롭게 소규모 사업장을 처벌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에서도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데 유독 이 법에서만 그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상하다. 이 법에 따른 처벌이 무거워서 적용유예가 필요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망할 경우에도 관련 처벌조항은 7년 이하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다.

여기까지의 논의를 보면 기존 법령과 법리해석만으로도 포괄적 의무를 지워서 경영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공무원도 폭넓게 처벌할 수 있는데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봤듯이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고 특히 강자 앞에선 약해지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로도 처벌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 여지가 많이 남아 있기에 강자에게 법률 적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법으로 더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형벌은 처벌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법이 무엇을 보호하는지를 보여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인해 기업은 무한 이윤추구에 앞서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에 지장이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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