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고용직·프리랜서·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25년에는 소득이 있는 취업자 모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고용보험제 한계
취업자 절반만 고용보험 가입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 고용보험제는 상용직 임금노동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사업주가 노동자를 채용하면 정부에 채용 사실을 신고하고, 급여를 지급할 때 고용보험료를 포함한 사회보험료를 내는 형태로 운용한다. 자영업자 임의가입이나 임시직이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급속히 늘어난 비전형 노동자를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간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같이 가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2천735만명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는 1천353만명(49.4%)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달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이어 ‘현재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배달 종사자 중심의 플랫폼 노동자-기타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자영업자’ 순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형태로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고용직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특례조항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직종(1단계)은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한다.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를 포함해 14개 직종(내년 7월 소트프웨어산업 프리랜서 추가)이다.

2022년 1월부터는 플랫폼 노동자 중 사업주 특정이 쉬운 직종(2단계)을 적용한다. 플랫폼으로 대행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유형, 플랫폼이 대행업체 역할까지 하는 유형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배달노동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득파악과 보험료 징수·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 정부는 간이지급명세서·(전자)세금계산서 등을 활용하고, 국세청 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소득정보를 확인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거래건별로 보험료 원천징수·납부를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2단계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2022년 7월로 목표를 잡았다. 사업주 특정이 쉽고, 종사자 등록시스템 등을 통해 관리 가능성이 비교적 크며, 노동시장 지위가 취약한 직종을 선별해 적용대상을 선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이를 위해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 이들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법 등도 추후 과제로 남겨뒀다. 목표만 있고 실행계획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2025년부터 자영업자를 포함하겠다는 계획도 불투명하다. 사회적 대화로 가입대상이나 방식·적용시기·단계적 확대 방안 등 일체 사항을 결정하기로 했다. 고용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실업부조로 대체하거나, 가입시키되 실업급여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사회안전망 도입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속성 낮은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적용 여부 ‘불투명’

정부는 이 같은 전 국민 고용보험 대책이 현실화하면 2025년에는 군인·공무원·교사 등 직역연금 가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하고 2천100만명가량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금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에서 소득기반으로 제도를 재설계하는 방향도 추진한다. 취업형태와 관계없이 일정 소득 이상인 일자리를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2022~2023에는 근로시간 기준인 고용보험 적용 조건을 소득 기준으로 변경한다. 일을 여러 개 하는 사람은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2024~2025년에는 사업장 중심에서 개인별 관리체계로 전환한다. 건강보험·국민연금제처럼 운용한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고정된 사업장을 넘어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관리되는 사회보험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소득 이상의 모든 취업자에 대해 소득기반으로 사각지대 없이 적용하되, 보호의 시급성과 현실적인 관리능력을 함께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사뭇 다른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모든 취업자에게 소득기반으로 고용보험을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큰 방향은 환영한다”면서도 “최소 1년 이내에 모든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 확대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총은 “가입대상 특성과 가입의 필요성, 당사자의 의사, 보험료를 분담해야 하는 사업주의 여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계적·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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