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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에 ‘절망’ 선물받은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쌍용차-기업노조, 무급휴직자 47명 종료일 없는 휴직 연장 합의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10년 만에 가족들과 뜻깊은 성탄절을 보내려 했던 동료들 생각에 잠을 못 이뤘습니다.”

25일 오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밤새 뒤척인 듯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지부장은 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 회사에서 날벼락 같은 ‘무기한 휴직 연장’을 통보받았다. 쌍용차와 기업노조인 쌍용차노조가 같은날 오후 노사협의회를 열어 무급휴직 노동자 47명에 대한 휴직 연장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을 비롯한 47명은 지난해 9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마련된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올해 7월1일 재입사해 6개월간 무급휴직 중이었다. 이들은 내년 1월2일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김 지부장은 “해고·무급휴직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 가던 동료 대부분이 12월에 사표를 내고 복귀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갑작스럽고 기약 없는 휴직 연장 통보에 다들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한 조합원은 오전에 다니던 곳에 사표를 내고 왔다가 오후에 휴직 연장 통보를 전해 듣고 눈물을 쏟았다”며 “출근을 열흘 앞두고 그동안 못했던 남편 노릇·아빠 노릇을 하려고 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무급휴직자 중 한 명인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10년 만에 동지들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뛰었는데,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너무 황당하고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노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어디로?

올해 9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노동자 복리후생 축소에 이어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차가 이번에는 부서배치를 앞둔 무급휴직자 47명에게 무기한 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경영사정이 어려워 내린 결정이라지만,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자 전원을 부서에 배치하기로 했던 ‘노노사정 합의’를 회사와 기업노조가 어긴 것이어서 사회적 대타협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쌍용차·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9월14일 복직대상 해고자 119명 중 60%를 2018년 말까지 채용하고, 나머지는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2019년 상반기 대상자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이들은 같은해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무급휴직 후 부서배치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회사와 기업노조의 노사합의서를 보면 무급휴직자들의 휴직 기간은 ‘2020년 1월1일부터’로만 표기돼 있다. 휴직 종료일이 나와 있지 않다. 라인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노사합의로 휴직 종료일을 결정하기로 돼 있을 뿐이다. 휴직 기간이 한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경영위기가 어제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닌데, 부서배치 열흘을 남기고 느닷없이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결정을 한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노노사정 합의 당시 해고자 119명의 복귀를 2018년과 2019년으로 나눴던 이유는 2018~2019년 정년퇴직자에 맞춰 복직하기로 (회사와 지부가) 한 발씩 양보했기 때문이다. 올해 50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한 자리에 무급휴직자 47명이 들어가는 것이어서, 쌍용차 경영위기와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부는 이날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에서 무급휴직자 대상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재직자들도 ‘임금 삭감안’ 폭탄에 ‘부글부글’

날벼락을 맞은 건 무급휴직자만이 아니다. 재직자들도 들끓고 있다. 최근 쌍용차와 쌍용차노조가 마련한 ‘2차 자구안’은 인건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23일부터 쌍용차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받고 있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동의서를 보면 △통상상여 200% 삭감 △상여 OT·제도개선 OT·연구업적 인센티브 삭감 △2020년 발생 연차수당 지급률을 변경(통상임금 150%→100%)해 2022년에 분할 지급 △목표달성(PI) 성과급 250만원 삭감 △올해 말 일시금 100만원 삭감 △2020년 임금·단체협약 동결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동의서에는 “이와 관련된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대목까지 포함돼 있다. 동의서대로 추진될 경우 노동자 1인당 연간 1천800만원 정도의 임금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22개 복리후생 축소안을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였던 노동자들은 이번 임금 삭감안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23~24일 평택공장에서 노조 주최로 열린 조합원 공청회에서 임금삭감안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고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회사나 노조 모두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고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쌓아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동의서만 징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무급휴직자 휴직 연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공장 내부 사정과 무관치 않다. 회사가 2차 자구안에 문제를 제기할 법한 김득중 지부장 등의 복귀를 막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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