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17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관해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노동 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가손배대응모임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올해 4월 인권위에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 소송’을 멈춰야 한다”며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소송을 중단하라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하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파손된 헬기·크레인 등 장비 값을 물어내라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16억8천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회를 권고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쌍용차 사태에 국가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정리해고 반대가 적법한 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기관을 통한 사후구제 역시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다수 근로자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가가 갈등조정자 역할을 할 헌법상 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손배·가압류 청구 역시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위법·부당한 강제진압을 자행해 쟁의행위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며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압류가 수반된 거액의 손배청구 소송을 제기한 행위는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쌍용차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노조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문제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인권위는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손배청구 소송이 증가한다면 결국 근로자 가족과 공동체 붕괴, 노조 와해와 축소, 노사갈등 심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사전 통제와 억제로 노동 3권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특히 “대법원 재판부가 이런 점을 반영해 노동 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차후 국가로부터 부당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다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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